호주 첫 시도한 해외직영법인 유럽 물량 확대 가능성도 있어…전문가 “수출 확대 쉽지 않을 것”

 

올 1월 9일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최종식 쌍용차 사장이 렉스턴 스포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성진 기자

 

쌍용자동차가 올해 세운 내수 목표 11만대에 사실상 근접한 가운데 부진한 수출 실적에 관심이 모인다.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수출이 크게 꺾이며 전체 실적이 소폭 뒷걸음질 쳤다. 쌍용차가 적자를 벗어나 완전한 실적반등을 위해선 수출 실적 뒷받침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올해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98484대를 팔았다. 올해 내수 목표로 세운 11만대 판매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소년가장으로 불리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판매량이 전년 대비 22% 빠지긴 했지만, 대형 SUV G4렉스턴과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흥행하며 실적 견인을 주도했다.

 

반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2% 역성장했다. G4렉스턴을 제외하고는 전 차종의 수출 실적이 모두 하락했다. 가장 많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티볼리가 13565대 팔려 전년 대비 8.2% 판매량이 감소했고, 코란도는 3492대로 32.7% 판매가 줄었다. 수출용으로만 제작되는 픽업트럭 코란도 스포츠도 40.6%나 판매가 줄어 3839대 팔리는데 그쳤지만, 렉스턴 스포츠가 2648대 판매돼 감소분을 매웠다.

 

쌍용차의 수출 부진은 올 초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올 1월 렉스턴 스포츠 출시 현장에서 올해 쌍용차 내수 판매 목표는 11만대라고 강조한 반면 수출 목표에 대해선 함구했다. 당시 쌍용차 관계자도 렉스턴 스포츠는 올 3월부터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인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 CKD(반제품 조립생산) 방식으로 수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목표치는 없었다. 이는 쌍용차가 그만큼 수출에 자신 없다는 방증으로 풀이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쌍용차는 부진에 빠진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지난 5일에는 호주에 사상 첫 직영 해외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쌍용차는 그동안 해외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수출해왔으나, 호주에서 처음으로 직영법인을 통한 차량 판매를 시도한다. 쌍용차는 멜버른, 시드니, 중소도시 등 3단계의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마케팅과 서비스까지 모두 책임지는 사업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출 확대 돌파구 마련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호주에 처음으로 직영법인을 세웠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호주에서 반응이 좋으면 유럽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수출 전망은 다소 어둡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3일 발간한 201913대 주력산업 전망에서 자동차 수출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내년 자동차 수출 규모는 올해보다 0.2% 감소한 6351800만달러로 전망되는데,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에 대해 25% 고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쌍용차는 미국 시장에 차량을 수출하진 않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 여파에서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 자동차 수출 전망은 전반적으로 그리 밝지 않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가 관건이다. 25% 고율 적용되면 우리나라 차 산업은 전멸이다. 우선 미국이 독일과 일본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도 수출 전망은 밝지 않다. 쌍용차에게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유럽은 최근 강도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 제재에 합의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지난 17일 자동차 CO2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오는 2030년까지, 2021년 신차 배출량을 기준으로 37.5%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노린 정책이다. SUV로만 상품군을 꾸리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부재한 쌍용차로선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주에 직영법인을 세우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여겨지는 배경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의 SUV 전문 포지션은 강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부는 친환경차 바람은 디젤차 위주인 쌍용차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며​ “수출 확대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