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손보 실적악화, 내년도 '먹구름'

올해 보험업권은 실적 및 금융당국과의 관계 악화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문제는 불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업계 실적 악화가 더 커질 전망이다. / 사진=시사저널e

‘실적 악화’, ‘소비자 신뢰 하락’

2018년 보험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동시에 올해 3분기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악화됐다. 금융소비자 민원이 늘면서 금융당국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생보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저축성 상품을 줄이면서 수입보험료 감소 상황에 처했다. 모든 이슈가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업계 불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생보업계, 금융당국과의 관계 악화로 소비자 신뢰 잃어

생보업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 논란이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납부하고 매월 연금을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전부 돌려받는 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은 보험사가 매달 가입자에게 주는 이자에서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한 사업비 재원을 공제했다는 내용을 약관에 기입하지 않아 발생했다.

생보사는 상품설명서에 해당 내용이 적혀 있고, 복잡한 공제 수식을 약관에 명시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약관에 공제 사실 내용을 적시하지 않으면 결국 금융소비자가 공제 사실과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급하지 않은 연금을 모두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감원 권고를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하겠다고 결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보험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21개 생보사의 즉시연금 총 가입자 수는 16만 명이다. 미지급금은 9545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가 길어질수록 보험사의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지급 권고를 거부한 생보사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즉시연금 과소지급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생보사에 자료 요청 등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즉시연금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올해 생보업계 민원은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24개 생보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8017건이다. 전 분기보다 19.8% 증가했다. 연금보험에 대한 고객 불만이 크게 증가해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생보사 연금 상품에 대한 민원은 2194건으로 전 분기 대비 165.6% 크게 늘었다. 민원이 크게 늘면서 업계와 금감원과의 관계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외치고 있어 민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보업계에 대한 즉시연금 관련 전조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금감원과의 대치 상황 외에도 생보업계는 실적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생보업계의 3분기 누적 수입보험료는 77조893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조8381억원(4.7%) 감소했다. 보험영업손실은 16조84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 2582억원(8.1%) 손실이 확대됐다. 

 

생보업계의 수입보험료 감소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생보사마다 IFRS17 등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25조5450억원)은 전년 3분기보다 4조8818억원(16%) 감소했다. 반면 보장성보험 매출 신장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보장성 보험은 전년 3분기보다 5951억원(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료 감소, 해약 및 만기보험금 증가 등으로 인한 지급보험금 증가 등에 기인해 보험영업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도 “시장에서 느끼는 불황의 규모는 더 크다”며 “내년에도 전망이 좋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자동차 손해율 증가 등 영업환경 악화

손해보험업계는 폭염과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보업계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91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239억원(17.6%) 감소했다. 보험영업손실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손보업계 보험영업손실은 1조8054억원을 기록했다. 폭염과 보험사고로 인한 손해액이 증가했고 장기보험 등 판매사업비 지출이 커지며 전년 동기보다 손실규모가 9838억원 확대됐다. 영업외손실은 12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손실이 444억원 증가했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 증가로 손해액 증가를 겪어야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일반보험이익은 6592억원을 기록했지만 폭염으로 인한 가축‧농작물 피해 및 국내외 보험사고(일본 태풍 피해 등)로 손해액이 증가해 이익규모가 2755억원(-29.5%) 크게 감소했다.

또 2월 강설, 한파 및 여름 폭염 등으로 보험금이 증가해 자동차보험은 2044억원 손실을 봤다. 이익 규모가 4369억원 감소하며 적자 전환된 것이다. 보장성보험의 판매사업비 지출 증가 등으로 장기보험은 손실 규모도 2714억원 확대되며 2조2602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손보업계의 수익성 지표도 하락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총자산이익률(ROA)는 1.37%,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0.80%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81%, 13.91%) 대비 각각 0.44%포인트, 3.11%포인트 하락했다.

폭염, 태풍 등 계절 요인으로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11개 손보사의 올해 3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7%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자동차보험 영업이익도 210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손보업계에서는 손해율 증가로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을 최소 7~8% 이상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대형 손보사들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이 예상치의 절반 수준인 평균 3%대 인상에 그친 상황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가 인상 돼도 손해율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며 “내년에도 보험료 인상분이 적정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업계 실적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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