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최저임금 8350원으로 인상…전문가들 “최저임금 인상 타개할 정책 마련해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골목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인건비는 매년 오르는데,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버틸 수 있을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의 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경영·노동계의 갈등 폭이 깊어지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임금 부담에 매장 운영이 어려운 데다가, 쉽게 직원을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반대한 ‘주휴수당’도 현실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업주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고, 근로자는 업주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이른바 ‘단기 아르바이트’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저임금은 2018년 기준 7530원(전년 대비 16.4% 상승)에서 2019년 1월1일부터 10.9%가 더 올라 시간당 8350원이 된다.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 기준 하루 8시간씩 20일 근무할 경우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월 120만4800원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내년에 8350원으로 오르면 같은 조건일 경우 월 133만6000원이다. 아르바이트생 4명을 고용하게 될 경우 고용주는 월 52만4800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하고 있다. / 사진=한다원 기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이아무개씨(23)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이 확정되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이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김아무개씨(24)는 “음식점이나 카페, 편의점 등은 확실히 아르바이트를 예전보다 조금 뽑고 있다”며 “업주들이 업무 숙련도가 높은 아르바이트생 한명을 장기적으로 뽑거나 아예 본인이 감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을 고려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주휴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단시간 아르바이트생들을 채용하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일주일간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사업주가 근로일과 같은 하루 치 임금을 지급하게 돼있다.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 임시직, 계약직 등 근로 형태와 관계없이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적용대상이다.

주휴수당이 포함된 올해 최저시급은 9036원으로, 이 보다 적게 지급하면 위법이다. 그러나 업주들은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이런 위법행위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인상 탓에 청년들이 이른바 ‘아르바이트 절벽’에 부딪히자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들도 많았다.

카페 자영업자 김아무개씨(43)는 “최근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구인공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2시간 정도 단기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를 올렸는데, 하루 만에 15명 정도가 몰렸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정아무개씨(23)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처음이여서 하루이틀 서툴게 일했더니 업주가 하루에 3시간씩 일을 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했다”며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요새 서류 등을 깐깐하게 보는 탓에 쉽지 않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흐름이 괜찮은 경우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면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아쉬운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은 내년부터 편법으로 운영하던가 아르바이트생들을 줄이고 본인이 업무 전체를 감당, 또는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까지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어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큰 만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업종·지역별 등으로 차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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