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감시·비리 처벌 강화 개정안에 한유총 반발…내년 국공립유치원 늘려 2만명 더 받는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2018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았던 올해는 유독 정책이슈들이 많았다. 북핵 위기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국내외에서 가장 큰 이슈로 주목받았다. 경제 관련 정책 이슈도 유독 많았던 한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담론이 격렬해진 가운데, 국민 체감도가 큰 노동·교육 관련 이슈를 둘러싸고도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시사저널e는 올 한해 국민적 관심이 가장 컸던 정책이슈 10가지를 되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11일 국감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2016-2018년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에의 비리가 적발됐다. 269억원 규모다.

국감 당시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교비를 가지고 원장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 숙박업소에서 사용하고 심지어 성인용품점에서 용품을 샀다”며 “종교시설에 헌금하고 유치원 연합회비를 내는데 수천만원을 썼다.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 값, 차량 수리비, 자동차세, 아파트 관리비까지 냈다”고 밝혔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인천의 한 유치원은 2014년∼2016년 한 교육업체에 실제공급 가격보다 높이 대금을 지급한 후 그 차액을 차명계좌로 돌려받았다. 10회에 걸쳐 1300여만원을 빼돌려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의 한 유치원은 유치원 회계에서 적립이 허용되지 않는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으로 설립자 개인계좌에 1억1800여만원을 부당하게 적립했다.  

2016년 12월 교육청 감사 결과 유치원 설립자 겸 원장이 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하거나 아파트 관리비와 노래방 비용 등으로 내는 등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유치원에서 지난 10월 15일 오후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박용진 ‘유치원 3법’ 발의에 한유총 반발…한국당 자체안 내놔

사립유치원 비리가 드러나자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박용진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9인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을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지난 10월23일 발의했다.

유치원 3법의 주 내용은 학부모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부정 사용 시 제재를 강화하고, 모든 회계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비리 적발로 시정 명령 등을 받은 경우 5년간, 폐원 처분을 받은 경우 10년간 유치원을 다시 열 수 없도록 설립 제한과 결격 사유를 담았다.

학부모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꿔 부정 사용 시 처벌과 환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회계관리 업무를 위한 유아교육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유치원은 이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유치원만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 이사장이 유치원 원장을 겸직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조항을 삭제했다. 사립학교 경영자가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 목적 외에 부정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학교급식법은 일정 규모 이상 유치원에 학교급식법을 적용토록 했다. 급식 업무는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이나 업체에만 위탁하도록 했다. 원아들의 급식 부정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이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지난 11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른바 유치원 3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유치원 3법이 자유민주주의 기본인 개인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며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한국당도 11월30일 자체적으로 유치원법을 발의했다. 한국당의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분리했다. 국가지원회계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지원금, 학부모 지원금을 포함했다. 일반회계엔 학부모 부담금이 있다. 한국당 안은 보조금·지원금의 교육 목적 외 사용 시 처벌을 강화하고, 일반회계는 학부모 감시에 맡기기로 했다. 현행대로 지원금 성격도 보조금으로 바꾸지 않고 유지했다. 이에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적발돼도 처벌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조금은 국가가 용도를 정해놓지만 지원금은 정해진 용도가 없어 유용해도 횡령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한국당 안은 원아 300명 이상인 사립유치원에만 학교급식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 사립유치원 4282곳 중 원아 200명 이상은 591곳이었다. 300명 이상인 곳은 더 적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27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 날까지 ​유치원법 개정안 이견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 정부, 내년 국공립유치원 1080학급 늘려 2만명 더 받는다

정부는 사립유치원 비리와 이에 따른 한유총 반발, 폐원 사태 등이 이어지자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 6일 교육부는 내년에 국공립유치원을 1080학급 늘려 2만명을 더 받겠다고 밝혔다. 맞벌이가정 자녀의 학기 중 오후 돌봄과 방학 돌봄을 늘린다. 통학버스 운영도 확대한다.

내년에 늘어나는 국공립유치원 학급은 단설 321학급, 병설 671학급, 공영형 88학급이다. 692학급은 내년 3월, 나머지 388개 학급은 9월에 문을 연다.

경기에 240학급, 서울에 150학급, 경남에 68학급을 추가로 연다. 부산·대구·인천·울산·충북·경북 등에는 50여학급씩 문을 연다.

교육부는 국공립유치원의 서비스 질도 높이기로 했다. 우선 내년 3월부터 학기 중 맞벌이·저소득·한부모 가정 자녀가 오후 5시까지 방과 후 과정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내년 여름부터는 방학 중에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어촌과 사립유치원 집단폐원·모집중지 지역을 중심으로 국공립 통학버스를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교육청별로 내년 3월부터 통학차량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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