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장 위해 마련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노동자 인권 무시한 기업, 기술적 다툼만 남을까 우려돼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 재판에서 삼성 측은 검찰의 위법한 증거수집을 문제 삼고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의 미국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하며 발견·압수한 노조와해 문건들은 압수수색 영장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재판은 수개월째 증거수집의 적법성을 가리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이 실제로 노조활동을 방해했는지를 다투는 본론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
삼성 측의 전략은 형사소송법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근거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삼성전자 직원의 하드디스크에 있던 문건들, 이 문건을 기초로 찾아낸 다른 문건들이 모두 증거에서 배제된다. 검찰이 유죄입증을 위해 준비한 핵심 증거물들이 법적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 측 주장은 ‘기본적 인권보장’에 방점이 찍힌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도입 배경에 비춰볼 때 적반하장격 주장이다.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의심받는 기업이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법률에 매달려 소송 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명문화됐다. 그동안 우리 대법원은 물적 증거에 관해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증거능력이 있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2007년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일반원칙으로 한 조항이 신설됐다. 피고인에게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제공해 헌법에 규정된 인권을 충분히 보장하자는 게 핵심이다. 과거 개인의 인권이 수사기관의 형사사법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침해됐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판은 청렴하고 결백해야 한다는 ‘재판의 염결성(廉潔性)’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하지만,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저울추가 기울어져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삼성 측 변호인들의 재판전략은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충실하고 치밀하게 전략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도입 배경을 살펴볼 때 기자는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본질은 사라지고 재판의 승패만을 위한 기술적 다툼만이 남게 될까 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