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투기세력 유입으로 이미 지가 폭등

정부는 최근 발표한 3기 신도시 예정지와 그 주변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지가 상승을 기대한 투기세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사전에 수요가 몰리며 땅값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지거래 대부분은 부동산 투기로 활용되는 개발제한구역 내 지분거래였다. 투기세력이 유입된 정황이 나타남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정부의 뒷북조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3기 신도시 예정지, 확정 전부터 지가 폭등

 

국토교통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늘(26)부터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과천, 인천 계양 등 3시 신도시 예정지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이곳에서는 20201225일까지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과천 과천동, 주암동 일대 하남시 천현동, 교산동, 춘궁동, ·하사창동 등 일대 경기도 남양주 진접·진건읍, 양정동 일대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 동양동, 박촌동, 병방동, 상야동 일대 등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4개의 사업예정지와 인근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지가상승과 투기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마련됐다.

 

과천시 과천동·하남시 천현동 지가 변동률 추이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하지만 이들 지역은 3기 신도시 발표 전부터 땅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존 계획보다 신규공공택지지구를 3~4개 지정해 총 43~44개 지구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발표한 직후 땅값은 시동이 걸렸다. 이어 지난 9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승률은 더 올랐다.

 

한국감정원 전국지가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하남시 천현동의 변동률은 올 6월까지 0.2~0.3%를 기록했지만 70.54%, 80.55%, 90.64%, 100.53%, 110.722% 등으로 상승폭이 2~3배 가량 뛰었다. 누적 상승률은 4.218%로 하남시 누적 상승률(4.02%)을 크게 웃돌았다.

 

과천시 과천동 역시 월 0.3~0.4% 수준이었던 지가 상승률이 7월 이후에는 평균 0.8%대를 유지했다. 특히 8월에는 1.121%를 기록하며 과천시 내 행정구역 중 가장 높은 변동률을 나타냈다.

 

개발제한구역 내 지분거래 활발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사전에 투기 막아야

 

시장에서는 땅값이 급등한 이유로 투기세력을 지목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거래된 토지들은 당장 활용이 불가능한 개발제한구역, 자연녹지지역 등지에 위치했다. 향후 수용과정에서 입주권이나 토지로 보상받는 대토보상을 노리는 단기 투기수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하남시 천현동은 총 161건의 토지거래 중 154건이 개발제한구역과 자연녹지지역의 토지였다. 그 외 과천시 과천·주암동, 하남시 항동, 남양주시 진건읍, 인천시 계양구 귤현·동양동 등도 토지거래 9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이뤄졌다.

 

특히 이들 거래 상당수는 완전한 필지가 아닌 지분형태로 거래됐다. 거래 금액이 큰 토지 특성상 개발 호재를 노리고 땅을 쪼개서 매매한 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들의 수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리 땅을 매입했다가 개발 정보를 앞세워 특정 시기에 지분 형태로 되파는 식이다.

 

3기 신도시 예정지 일대 토지거래 현황(2018년 1~10월)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런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 7월과 9월 연이은 공급계획 발표 이후 개발 기대감에 지가 상승이 예견됐음에도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향후 5년간 100만채의 공적주택을 공급하게 밝혔고 여기에는 서울 인근 개발제한구역 등을 신규 택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올 초부터 투기조짐이 보였으나 정부에서는 이제야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뒷북조치 논란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 10309·21 공급대책에서 신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된 광명하안2, 의왕청계2, 성남신촌, 시흥하중 등 6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공급대책 발표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이뤄진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신규 공공택지 예정지를 추가 발표한다고 밝힌 만큼 유력 후보지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공급계획 확정 전이라도 사전에 투기세력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개발에 대한 확실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포함되지 않는 유력 신도시 후보지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으로 투기수요가 몰릴 수 있다사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더 확대해 땅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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