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3심 앞두고 연말도 긴장 못 늦춰…현대차는 실적 악화에 美 관세폭탄 우려, 엘리엇 압박, 광주형 일자리 난항 등 4중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김태길

올해는 그야말로 모든 기업들이 힘들었지만, 어떤 기업들은 더 힘든 시간을 감내했다. 특히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중 재계 ‘빅2로 꼽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한 해 내내 혹독한 겨울 같은 시간을 보냈고, 연말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2월 국정농단 사태에 엮여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만 해도 삼성의 부담은 한결 덜어지는 듯 했다. 특히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얼어붙었던 삼성에 훈풍이 부는 듯했다.

 

허나 이 같은 기류가 무색하게 삼성을 파고드는 검찰의 칼끝은 쉴 줄을 몰랐다. 지난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했을 당시 검찰은 노조와해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처럼 검찰은 정권과 삼성의 훈풍 기류와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삼성과 정권의 파트너십과 관련 수사는 무관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노조와해 의혹 관련 수사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김이 새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노조와해 의혹 수사를 펼치며 삼성전자서비스와 관련해 이상훈 의장, 에버랜드와 관련해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구속을 시도했으나 모두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렇게 될 경우 노조와해 의혹 수사는 윗선으로 뻗지 못하고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에 더욱 위협이 되는 수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다. 일단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는 면했지만 검찰 수사는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의 의심대로 회계부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연관된 것이란 정황이 나올 경우 내년 봄 무렵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있을 이재용 부회장 3심과 함께 뜨겁게 이슈가 될 전망이다. 한 삼성 계열사 인사는 연말이지만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에 긴장을 놓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래도 삼성은 현대차그룹에 비하면 비교적 평탄했던 한 해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대기업 중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현대차를 꼽는다.

 

현대차는 그야말로 이중고를 넘어 사중고를 겪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실적부터 문제다. 현대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6%나 곤두박질쳤다. 4분기엔 이보다 조금 나아질듯하지만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보통 기업이라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위기라고 하겠지만 현대차에게 실적문제는 ‘새발의 피일 뿐이다. 여기에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시장의 관세문제도 껴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치에 따라 25% 관세 폭탄까지 떠안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방북까지 포기하고 미국으로 날아간 바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초과자본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지배구조 개선도 주주들과 협업해서 진행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안 그래도 현대차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아직 하지 못해 지배구조 개편이 머리 아픈 문제인데 이런 문제들마저 마음대로 진행하기 힘들다.

 

외부 뿐 아니라 내부도 문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광주형 일자리사태다. 현대차는 광주시와 손잡고 임금협상을 유예 등을 조건으로 광주시에 공장을 지으려 했으나 현대차 노조의 강경한 반대에 사실상 무산됐다. 기업 상황과 관계없이 현대차의 노사문제는 고정변수와 같이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현대차가 솟아날 구멍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물량 확대를 검토할 정도로 대박을 보이고 있고 주가도 V자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년에 신차 출시를 앞당겨 신차 효과를 극대화 시킬 예정이라는 점, 정의선 부회장 체제 이후 현대차가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등은 내년도 현대차에서 희망을 보게하는 요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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