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정책이슈 TOP10]③ 또 외주화의 ‘비극’…잇단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2018정책이슈 TOP10]③ 또 외주화의 ‘비극’…잇단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8.1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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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업무 외주화로 비용 절감·하청 책임 전가…정부,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 무색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2018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았던 올해는 유독 정책이슈들이 많았다. 북핵 위기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국내외에서 가장 큰 이슈로 주목받았다. 경제 관련 정책 이슈도 유독 많았던 한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담론이 격렬해진 가운데, 국민 체감도가 큰 노동·교육 관련 이슈를 둘러싸고도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시사저널e는 올 한해 국민적 관심이 가장 컸던 정책이슈 10가지를 되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한해를 차분히 마감해야할 12월, 충남 태안에서 비보(悲報)가 다시 나아들었다. 공공부문 원청 사업주들이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한 사업장에서 20대 젊은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24)가 석탄운송설비에서 운전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 

 

 

그동안 공공부문 원청인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외주화로 비용을 줄이고 사고 시 하청에 책임을 넘길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사고가 잇달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근로조건의 향상을 이야기해온 만큼 김용균씨의 죽음으로 그 정책 의지가 무색해졌다.


용균씨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한국발전기술지부에 따르면 이 업무는 주로 컨베이어벨트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주변에 석탄 등이 떨어져 있을 경우 치우는 업무였다. 용균씨가 홀로 맡았던 구간은 왕복 2㎞에 달했다. 용균씨는 홀로 이 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의 순간 용균씨를 구해낼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다.

이 업무는 서부발전 정규직원이 2인 1조로 해왔던 일이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이 2015년 경쟁 입찰 시스템(외주화)을 도입하면서 2인 1조 시스템이 없어졌다. 서부발전의 발주는 사업비 중심이었다. 하청업체들은 낙찰을 받기 위해 낮은 금액을 써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줄고 2인 1조 시스템도 없어졌다.

현장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용균 씨 사고가 있기 전 하청 노동자들은 근로 환경 설비 개선을 요구했다. 컨베이어벨트 구간에 떨어진 석탄을 청소할 때 사람이 직접 몸을 구부려 들어가는 대신 고압의 물로 청소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사망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3년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1단계가 시행됐다. 1단계 경쟁도입 결과 민간 정비업체의 점유율이 2012년 말 35.7%에서 2017년 말 53.2%으로 17.5%포인트 늘었다. 발전소는 위험 업무인 유해가스 제거, 수처리, 운전, 정비 등 발전과정의 전처리, 후처리를 모두 외주화했다. 이 일들은 주로 위험하고 더러운 일들이다.

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사고 58건이 발생해 하청 노동자 12명이 죽었다. 위험의 외주화로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사고 10건 중 9건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났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발전노동자 40명이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92%인 3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346건 사고 중 337건(97%)이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가자와 포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공공기관, 외주화로 비용 절감·하청 책임 전가

원청 공공기관은 외주화로 사고가 일어나면 책임을 하청에 넘겨왔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최근 3년 동안 4명이 죽었다. 최근 5년간 서부발전의 태안, 서인천, 평택발전소 등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5명, 부상자는 39명이었다. 이중 95.5%인 42명이 하청업체 노동자다.

그러나 태안화력발전소는 3년째 무재해 인증을 받았다. 서부발전은 무재해 사업장 인증을 받고 산재보험료 22억4679만원을 감면받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화력발전 5개사(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등 7개 전력기관에서 감면받은 산재 보험료는 497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 도급인(원청) 책임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도급인 책임도 주로 건설업쪽 사고들 중심으로 기술돼 있어 그 범위도 좁다.

이에 정부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었을 때마다 특별근로 감독을 실시했지만 근본적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하청업체에만 벌금과 징계를 부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사회양극화로 인해 사회 통합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며 “최대 사용자인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한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면서 노동존중사회를 구현하고, 공공부문 경영혁신이 효율성과 함께 인간중심성을 혁신의 목표로 격상해야 한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공공기관 발전 부문의 외주화가 유지, 확대되면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책은 무색해졌다. 공공 발전 부문에서는 정규직화 진척이 거의 없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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