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권리금 회수보호기간 등 연장…한국당 반발 속 가까스로 통과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2018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았던 올해는 유독 정책이슈들이 많았다. 북핵 위기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국내외에서 가장 큰 이슈로 주목받았다. 경제 관련 정책 이슈도 유독 많았던 한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담론이 격렬해진 가운데, 국민 체감도가 큰 노동·교육 관련 이슈를 둘러싸고도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시사저널e는 올 한해 국민적 관심이 가장 컸던 정책이슈 10가지를 되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건물주의 ‘갑질’‧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급격히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는 현상) 등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지난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됐다.

개정안에는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도 기존 ‘계약 종료 전 3개월’에서 ‘계약 종료 전 6개월’로 연장했다. 또한 권리금 보호 대상에 재래시장을 포함시켰고, 소유 건물을 5년 이상 장기 임차하는 임대사업자의 소득세‧법인세를 5% 감면하는 등 건물주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도 담겼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논의에 불이 붙게 된 것은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이 일어나면서다.

사건은 서울 종로구 체부동 서촌거리에서 지난 2009년 5월부터 장사를 해오던 궁중족발 사장 김아무개씨에게 지난 2015년 12월 바뀐 새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를 각각 3000만원에서 1억,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건물주는 김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승소했고, 올해 6월까지 12차례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김씨는 가게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 강제집행 과정에서 손가락 네 마디가 부분 절단됐고, 마지막 강제집행 이틀 뒤인 지난 6월 7일 김 씨는 망치로 건물주를 때렸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살인미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김씨와 건물주의 명도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이 바로 기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은 김씨가 이전 건물주와 지난 2014년 5월 2년 재계약을 했음에도 건물주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건이 주목받게 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5년’이 뜨거운 감자도 떠올랐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5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보증금을 몇 배씩 올리고, 재계약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에 불만을 표했다.

또한 권리금 회수가 어렵고, 5년 이내에 현실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즉각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우선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당시 “임대인은 전부 부자고 반대로 임차인은 전부 어려운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로 계약갱신청구권 연장과 상가임대료 인상 제한, 환산보증금 폐지 문제 등에 대해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여야는 협상을 통해 결국 ▲계약갱신청구기한 10년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 6개월 ▲재래시장 권리금 보호 대상 포함 등에 접점을 도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당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역특구법, 규제프리존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등 규제완화 개정안과 함께 처리하는 이른바 ‘패키지 처리’ 입장을 고수하면서 처리 예정이었던 8월 임시국회가 아닌 9월 정기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지난 1월 15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촌의 '본가궁중족발' 앞에서 법원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막아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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