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경총 방문 재계에 협조 당부, 재벌개혁 '숨고르기' 관측…갑질, 일감몰아주기는 예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고 평가하면서 공정위의 재벌개혁 추진 속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준비과정에서 재계의 강한 반발을 받아 온 터라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지만, 김 위원장이 역점사업으로 지목한 갑질 개선, 사익편취 규제 등의 정책들은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단 송년회에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 투자 확대에 따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변화에 대한 해석에서 나온 것으로, 김 위원장은 내년 공정위는 갑질 개선, 재벌개혁 등의 성과가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책도 기조 변화가 예상되면서 재벌개혁 추진과정 속도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실제 김 위원장이 최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를 처음 방문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도 힘이 실렸다.

김 위원장도 재벌개혁 속도조절에 시그널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재벌개혁의 갈 길은) 멀고 멀다"라며 "다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사전규제 입법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들이 서로 출자해 자본을 늘리는 순환출자와 대기업집단이 금융계열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는, 재벌개혁의 핵심이자 정점으로 분류된다.

재벌개혁의 큰 틀은 변하지 않고 추진속도에 숨고르기가 예상되지만 갑질, 일감몰아주기 등은 여전히 강도 높은 개선작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상정한 하림·태광·대림·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를 조사·제재로 끝내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에 개방되고 있는지 추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지난 10월 공정위가 발표한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가 작년 크게 증가했다. 공시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91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나 됐다. 일감 10건 중 최소 1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총수일가의 지분이 높을수록,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00%인 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28.5%인 반면 총수2세의 지분율이 100%인 곳은 2배에 가까운 44.4%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도 해나가고 있다”면서 "정권 내내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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