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폭 키우며 기단·인력 확대, 중대형 항공기로 중거리 노선 겨냥…경쟁 심화에 따른 운임인하‧안전성 제고 숙제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매년 경신하는 여객 수요 성장세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수혜를 온전히 받은 모양새다. 올해 매출 폭을 키운 국적 8개사는 중대형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내년 중장거리 노선까지 보폭을 넓힌다. 다만 주력 노선을 중심으로 여객 성장세가 둔화되고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점은 부담이다. 여기에 내년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기존 업계는 차별화둔 노선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운항 안전성까지 제고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중거리 노선 겨냥”… 중대형 항공기 들여와 FSC 추격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적 항공사의 운송사업용 항공기 등록대수는 총 392대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대수가 369대인 점을 감안하면 6.2% 증가한 수치다. 이달 등록된 항공기까지 집계될 경우 이 같은 증가세는 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다.

국제 여객선을 운용하는 국적 LCC 중에선 제주항공이 39대, 진에어 26대, 에어부산 25대, 티웨이항공 24대, 이스타항공이 18대, 에어서울 7대로 총 139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총 19대가 늘었다.

특히 기존 항공기보다 운항거리가 긴 신형 항공기를 중심으로 기단확대 경쟁은 향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보잉 737맥스 50대를 오는 2022년부터 인도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새롭게 도입하는 737맥스8은 최대 운항거리가 6500km로 현재 운용중인 B737-800NG에 비해 1000km 이상 길다. 티웨이항공도 내년 4대 도입을 기점으로 오는 2020년까지 보잉 맥스8 기종 총 8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 21일 보잉 맥스8 기종을 국내 처음 들여오면서 이달 말 본격 운항에 나설 전망이다. 에어부산은 내년 에어버스사의 중소형 항공기 A321 네오 LR 기종을 들여온다. 최대 운항거리는 기존 운용 기종보다 1600㎞ 긴 6400㎞를 기록한다. 

이들 항공사는 기존 항공기보다 더 멀리 날 수 있는 신형 항공기를 들여오면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중거리 노선 발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편당 탑승인원을 늘림으로써 한정된 슬롯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올해 LCC들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외형 성장에 기인한다. 제주항공은 3분기 누적매출 9419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1조클럽 가입이 가시화됐다. 국토부의 사업제재를 받는 진에어마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1% 증가한 781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 상장 날개를 편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간 전년 대비 31% 오른 55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초부터 이어진 고유가 기조로 수익성 타격은 컸지만 우선 여객 성장세에 힘 입어 외형 성장엔 성공했다는 평가다. 운용 기단을 늘리면서 채용 폭도 확대했다. 국적 LCC 6개사의 올해 채용 인원은 2489명으로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다. 에어서울을 제외한 5개사에선 모두 채용 규모가 늘었다.

여기에 티웨이항공, 에어부산은 올해 상장에 성공해 자본 규모를 늘려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항공업종에 대한 시장 평가가 차가운 점은 부담이지만 앞서 상장한 제주항공, 진에어가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평가는 긍정적 전망을 그리기에 충분한 지점이다.

◇경쟁 과열은 부담… 운임인하 경쟁에 안전성 제고 숙제도


업계가 양적 성장을 거듭함에 따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특히 근거리 노선을 주요 매출처로 삼았던 LCC에겐 경쟁 과열과 여객 수요 성장 둔화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서 해외 출국자 수 증가율은 2015년 20.1%, 2016년 15.9%, 2017년 18.4%를 기록하다가 올해 상반기 기준 13.4%로 떨어졌다. 아웃바운드 수요는 늘고 있지만 그 성장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여객 수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사업자들의 공격적 기재 확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저비용 항공시장의 운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수년간 저비용항공사의 이익 성장을 제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내년 1분기 중 국토부의 신규 사업자 선정이 예정된 까닭에 업계는 보다 촉각을 다투는 모양새다. 내년 면허 발급을 목표로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에어필립이 국토부에 면허발급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이중 면허를 발급 받은 업체는 항공운항증명(AOC)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혹은 2020년 상반기 이후 비행기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소비자 편익이 향상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한편, ‘과잉 공급’으로 인한 항공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의 외연 확장과 달리 조종사, 정비사 등 핵심 인력 수급은 더디다는 지적이다.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국적 LCC 정비사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항공기 1대당 정비인력이 12명 이상인 항공사는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정도였다. 국토부는 항공기 대당 정비사 12명을 권고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종사 인력 충원도 더딘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조종사 인력들은 중국 등 외항사로 이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국내 조종사 수급 문제는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력 양성 체계의 효과가 점점 가시화될 것”이라면서도 “업체별로 당장의 조종사 부족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 특히 경력 조종사를 구인하면서 외국인 조종사 영입에 나서는 상황이다. 정부가 항공사들의 외국인 조종사 영입에 한시적으로 문을 열어 놓는 방안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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