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한투·신한금투證, 새 대표에 IB 부문 출신 선임…"실적에서 IB부문 중요도 커진 데 따른 영향"

(왼쪽부터 ) 각사 신임 대표로 내정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김성현 KB증권 부사장,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 사진=각사.

증권사들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주목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CEO 자리에 IB 출신 베테랑을 잇따라 발탁했다. 이는 증권업종 내에서 IB부문의 성과 여부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진 까닭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 출신 인사가 연이어 증권사 CEO 자리에 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신한금융지주는 임시 이사회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의 신임 대표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GMS(투자운용사업그룹) 부사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신한금융투자 이사회를 통해 자격요건 부합 및 적합성 여부 등을 검증 받은 이후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증권업계에서 잔뼈 굵은 채권통으로 이름을 날린 전문가다. 그는 1989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채권운용팀장, 금융상품운용팀장, IB본부장, FICC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신한금융투자로 넘어와서는 S&T(sales & trading), GMS(Global Markets & Securities) 업무를 맡았지만 그의 뿌리는 IB 부문에 내리고 있다.

KB증권 역시 IB 전문가를 신임 대표로 앉혔다. 지난 19일 KB금융지주는 대표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정림 현 국민은행 WM그룹 부행장 겸 KB증권 WM부문 부사장과 함께 김성현 KB증권 현 IB총괄 부사장을 선임했다. 당시 박 부행장이 증권사 최초 여성 CEO이라는 점이 부각됐지만 이에 못지 않게 김 부사장도 IB 출신 CEO로 큰 조명을 받았다.

김 내정자는 대신증권 기업금융팀 팀장, 한누리투자증권 기업금융팀 팀장, 옛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본부장, KB증권 IB총괄을 역임하면서 IB 부문에서 외길을 걸었다. 그만큼 IB 부문 베테랑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IB 부문 출신 인사가 대표 자리에 앉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3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정일문 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난 12년간 회사를 이끌며 ‘최장수 CEO’ 타이틀을 갖고 있던 유상호 사장의 바톤을 받은 것이다. 정 내정자는 한신증권에 입사해 동원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 사명이 바뀔 동안 한 회사에서 30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28년을 투자은행(IB)부문에서 일했다. 특히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해 IPO 시장에서 이름을 높였다.

이같이 증권사들이 IB 부문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선임하는 배경에는 증권사 실적에서 이들 부문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5곳은 IB관련 수수료 수익으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229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체 수수료 수익(7조4884억원)에서 16.4%를 차지한다. 2015년 같은 기간에는 IB관련 수수료 수익 비중이 14.2%였다. 특히 대형사의 경우엔 IB 비중이 20~30% 수준으로 더욱 높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부침에 실적 영향을 많이 받는 브로커리지 부문과 달리 IB부문은 인적 역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며 “증권사 대표뿐만 아니라 임원 구성이나 조직개편에서도 IB에 힘을 싣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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