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언론 매체 통해 철길 보수 강조 보도…북미 교착 국면 속 2차 정상회담 개최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모습.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미 워킹그룹이 지난 21일 2차 회의를 통해 철도·도로연결 착공식, 남북 공동유해 발굴 등에 대해 제재예외를 인정하면서 남북 간 계획 중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탄력이 받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인도적 대북 지원 시사 등 대(對)북 유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비건 대표는 3박4일 간 방한 기간 동안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상응 조치로 인도적 대북 지원을 제시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인천공항 입국 당시 “북한에서 운영하는 많은 인도적 지원 단체가 국제 제재를 엄격히 진행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내년 초 미국의 대북 지원 단체와 만나 적절한 지원을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1일 비건 대표와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갖고 예정대로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남북 간 유해 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독감 예방접종) 제공도 해결됐다”고 전했다.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 행사 자체는 유엔과 미국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지만, 행사를 위해 북한으로 반출하는 물품에 대한 대북제재 예외 인정이 필요했다. 또 미국 측에서도 타미플루 지원은 대북제재 저촉사항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정부는 조만간 북측에 관련 계획을 통지하고 지원 물량과 지원 시기 등을 남북 실무협의를 통해 정할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약 800만 달러 규모인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 따라 이 문제를 리뷰하기 시작했다”며 “리뷰 과정에서 계속 함께 의논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北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앞두고 철길 보수 강조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오는 26일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앞두고 언론 매체를 통해 철길 보수를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23일 공식 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철길 강도를 더욱 높여’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철도분국에서는 년간 무볼트 콩크리트(콘크리트) 침목 생산 계획을 넘쳐 수행하고 많은 침목을 교체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며 철로 보수 성과를 보도했다.

특히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철길 강도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계속 힘있게 벌려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철도 각 분야에서 이뤄지는 각종 사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철도 보수에 대한 보도 비중은 이달 들어 늘어가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5일에도 “철도성에서 겨울철 수송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한 철길 집중보수를 성과적으로 결속하였다(마무리지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철도 운수부문에서 규률을 강화하고 수송조직과 지휘를 개선해 렬차의 정상운행을 보장하며 철도의 현대화를 힘있게 다그쳐나가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스티븐 비건이 방한해 언급한 8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대북제재 예외 인정 조치 등에 대해 북한은 많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미국이 연방정부를 폐쇄하면서 상대적으로 힘든 국면에 처해있는 만큼 북한도 착공식 등을 놓고 2차 정상회담 등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북한의 입장이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5일 남북 철도조사단이 북한 나진 혼합궤(표준궤, 광궤) 구간을 조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북미 교착 국면 속 2차 정상회담 의지 재확인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 1~2월로 언급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도 재확인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들과 다음 단계 협의로 넘어가기를 열망하며,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또한 20일(현지시간) 미국 지역방송 KNSS를 통해 “우리는 새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머지 않아 함께 만나 미국에 가해지는 이 위협을 제거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 진전을 만들게 되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북한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며 빠른 시일 내 2차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를 지속해서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이 긍정적으로 호응할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원인을 진단하는 개인 논평에서 “우리는 제재 따위가 무섭거나 아파서가 아니라, 그것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우리가 (선제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요구한 것은 미국이 결심하기 곤란하고 실행하기 힘겨운 것도 아니다”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종식과 부당한 제재 해제 등 사실상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유엔 총회는 지난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인권 결의안을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 합의)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05년부터 14년 연속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켜 왔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2일 개인 명의 논평에서 “미국 주도 하에 북인권 결의안이라는 것이 조작됐다”며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의 폭을 넓히고 도수를 더욱 높여보려는 데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워킹그룹 회의 분위기와 더불어 미국 측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길 요청하고 있는 만큼, 크리스마스 이후 보도될 북한 매체의 논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미 양측이 원하는 협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북미 대화는 이변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평론가는 “북한이 지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는 데는 더 많은 상응조치를 요구하려는 의도”라며 “현재 미국이 유화제스처를 보이고는 있지만 대북제재를 쉽게 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양국의 2차 정상회담이 관건으로 남았다. 2차 정상회담에서 많은 부분에서 전향적인 모습이 보여질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평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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