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카풀 막겠다는 한국당…IT산업 흐름은 변화하고 합의안 찾는게 우선

카풀 논란이 지금처럼 불붙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미국 우버, 동남아 그랩같은 승차공유모델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승차공유 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카풀 스타트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시장에 쉽게 안착하긴 힘들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택시업계와 사회적 타협을 이루기 어려웠던 탓이다.

 

지난 20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가 파업을 했다. 파업에 참여한 전국 택시 노조원들은 서울 마포대교와 대전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을 점거했다.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정부와 사회가 카풀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여당 국회의원들은 현 정부가 카카오와 카풀을 지원하고 있고, 택시 기사의 생존권을 무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반드시 카풀을 막겠다고 소리 높였다.

 

의문이 들었다. 카풀은 단순히 유상운송사업으로만 볼 수 없다. IT산업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유경제 패러다임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을 준비하는 산업이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무작정 카풀을 막겠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더 재밌는 점은 자유한국당 내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승차공유 규제 개선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여름 혁신성장본부를 만들었고, 테이블에 공유경제를 올렸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혁신을 외쳤지만, 무엇보다 현 시장체제를 이끄는 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카플 업계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 택시 배차, 승차거부, 불규칙한 기사 수익, 사납금, 불친절 서비스 등의 문제를 카풀 산업이 일부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월급 100만원 받는 택시 기사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택시협회의 주장이 생존권을 위한 카풀 절대 반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대기업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카풀의 안전문제 같은 우려는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흑백논리를 내세워 카풀은 안된다라는 주장은 이젠 바뀌어야 한다. 카풀은 죄가 없다.

 

어제 밤늦게 회식이 끝난 동료가 2시간 만에 집에 들어갔다고 토로했다. 동료는 강남역에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며, 겨우 차를 렌트해서 갔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건 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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