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 커져, 업황 악재‧시장 경쟁도 부담…“중‧장거리 노선 강점 발휘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국적 대형항공사들은 ‘오너 리스크’로 통칭되는 경영 이슈로 골머리를 앓았다. 행정당국인 국토교통부도 내년부터 항공사 임원 이슈에 대한 엄벌조치를 공언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내년 업황도 마냥 밝진 않다. 유가 및 환율 변동 등 대외적 충격에 취약한 항공운송업 특성상 수익성 보전에 힘써야 한다. 4분기를 기점으로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던 유가가 점차 안정되는 점은 호재다. ​그러나 출국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고 근거리 노선 수요를 가져가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날로 몸집을 키우며 중거리 노선까지 영업 보폭을 넓히는 점은 부담이다. 


◇‘물컵 갑질’부터 횡령‧배임 혐의까지 … 국토부 엄벌조치 예고에 부담 가중

한진그룹을 둘러싼 논란의 발단은 올해 4월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폭행 혐의에서 시작됐다. 그간 침묵해 온 항공사 직원들의 잇단 비리 폭로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사정기관 수사로 이어졌다. 조 전 전무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본격적인 공판은 내달 말부터 시작된다.

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논란의 불길은 계열 항공사인 진에어까지 옮겨 붙었다. 조 전 전무가 외국인 국적으로 진에어 등기 이사에 6년간 재직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진에어는 면허 취소의 위기에 봉착했다. 국토부는 수차례 비공개 공청회를 거쳐 진에어의 면허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올해 8월부터 진에어의 신규 노선 및 항공기 도입은 제재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구속 위기를 벗어나면서 사정기관의 압박은 벗어났지만 행정당국인 국토부의 엄벌 조치를 부르게 됐다. 지난달 항공사 임원이 형법, 공정거래법 등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해당 항공사의 운수권 신청을 제한하고 2년간 임원 자격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내년부터 순차적인 입법화 절차를 밝는다.

일각에선 조 회장의 경영권 압박을 위한 방책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이 재판 결과 벌금형만 받게 돼도 2년간 임원 자격을 제한될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업계 쇄신을 공언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에서 번진 경영 과실‧유동성 위기 논란


경쟁 사업자로 지목되는 아시아나항공도 반사이익을 기대하지 못했다.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하면서 지난 7월 초 발생한 ‘기내식 대란’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과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논란으로 번진 까닭이다. 지난 8월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 8명은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며 7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 8월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LSC에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자 계약 연장이 무산되면서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공급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규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기내식 대란을 초래해 기업의 기회 및 자산유용 혐의가 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회사가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도 다시금 논란을 샀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 올 연말까지 차입금을 3조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올초부터 사옥과 지분을 팔아치우고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에 나선 상태다. 


양사가 이 같은 논란을 빚는 과정에서 노동조합 세력은 더욱 결집하게 됐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양사 및 협력사 직원들은 거리로 나와 총수일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대한항공은 박창진 사무장을 앞세운 직원연대 지부가 출범해 총 4개의 노조를 두게 됐다. 항공사 노조는 파업 동력은 약하지만 경영진 퇴임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그룹 내 승계에 다소 부담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가 중장거리 중심 독점 노선을 운용하는 까닭에 이 같은 경영 이슈는 항공사 영업에 거의 타격을 주지 못 했다. 올해엔 오히려 고유가 및 환율 악재로 수익성 보전이 힘겨웠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올 3분기 매출액 1조8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지만 고유가에 항공유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늘면서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1010억원을 기록했다.  

 

유가는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과열되는 업계 경쟁과 점차 둔화되는 여객 성장세는 표정을 어둡게 한다.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지난 17일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유류비 지출이 전체 비용 중 30% 가까이 차지하는 항공사로선 고정비를 줄일 호재다. 

 

그러나 출국 수요 성장은 점차 둔화되는 모양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서 해외 출국자 수 증가율은 201520.1%, 201615.9%, 201718.4%를 기록하다가 올해 상반기 기준 13.4%로 떨어졌다. 아웃바운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 성장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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