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최근 은행, 카드사 등 금융업체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은행, 카드사 등 금융업체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금융업계의 내년도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은 과거에도 디지털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으로 인해 위기감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전환 이슈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융업의 위상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기반 업체들은 그동안 시가총액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던 금융사들을 훌쩍 넘어섰다. 현재 금융사들의 위상은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류창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업의 금융업 진입은 기존 금융업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현재 금융사와 고객과의 관계가 약화되고 수익마진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기업의 금융업에 대한 영향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글로벌 은행들은 혁신성장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전환이란 무엇일까. 시장조사기관 IDC는 디지털 전환을 고객 및 마켓의 변화에 따라 디지털 능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경영에 적용,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은 전략수립, 기술 확보 위주의 초기 단계다. 이제 막 디지털 원년을 선포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도 목표를 ‘전사적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직원 중심의 KB 실현’으로 세웠다. 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고 4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내년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앱(APP)을 고도화해 금융권 앱 순위 상위 3위 안에 진입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잡았다.

신한은행도 최근 수출입·송금·해외투자 등 외환업무 전반에 걸쳐 디지털 업무방식을 적용했다. 이번 외환업무 디지털 방식 도입으로 외환 관련 본부부서 결재 과정에 페이퍼리스가 적용된다. 펜 터치 모니터를 활용해 종이출력 없이 결재 프로세스를 구현하고 문서출력과 보관, 폐기 절차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업무효율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또 블록체인 기술을 은행 업무 전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 역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다.

하나금융도 올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삼고 금융회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변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구의 70%는 물이지만 그 중에 마실 수 있는 물이 1%에 불과하듯, 방대한 데이터 중에도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추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데이터는 고객과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업무 절차를 개선한다. 나아가 새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이에 앞서 금융권 최초로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카드사들 역시 정부의 수수료인하 압박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신규 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울러 보험업계 역시 ‘인슈어테크’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이처럼 국내 금융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트렌드에 적응해 금융소비자들의 구매행동 변화에 대응하고 디지털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송재만 연구위원은 “향후 은행의 수익성 및 성장성은 디지털 변화에 대한 대응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국내은행도 차별화된 디지털 전환 전략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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