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의 남다른 행보
  • 정준화 금융투자부장(jjh77@sisajournal-e.com)
  • 승인 2018.12.2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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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인사·원활한 임단협 합의 등 초반 합격점…해결과제는 '산적'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의 가장 높은 층인 23층. 이곳에는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VVIP를 모시는 공간이 있다. 이 곳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되기 전만 해도 지주 회장의 집무실이었다.  2014년 우리금융지주를 우리은행이 흡수하며 회장이라는 직위가 없어진 후 VVIP들이 즐겨찾는 공간으로 개조됐다.

 

내년 1월이면 민영화로 사라졌던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직이 5년만에 부활한다. 이 자리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겸직으로 맡게 된다. 현재 손 행장의 집무실은 VVIP 전용 공간 보다 한 층 아래인 22층에 있다. 임직원들이 회장실을 23층으로 옮기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지만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고객을 가장 높은 곳에 모시겠다는 의미로 마련된 공간을 새롭게 회장이 됐다고 차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손 행장은 지난해말 불거진 채용비리 의혹에 이광구 전 행장이 책임을 지고 떠난 자리를 맡은 인물이다. 어수선한 조직을 잘 추스리면서 사상 최대 실적까지 낸 공을 인정 받아 새롭게 출발하는 지주 회장으로 추대됐다. 2020년 3월(정기 주총)까지 약 1년간 한시적으로 회장과 행장을 겸직한다. 

 

지주 체제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이고 있는 행보는 일단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부행장 9명 전원을 교체하고, 신설한 부행장보 직책에는 상무급을 대거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실시했다. 공정한 인사를 강조함과 동시에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평가다. 

 

임원 인사 실시 후 대면보고 횟수도 대폭 줄였다.  대신 우리은행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을 통한 소통은  활성화 시켰다. 지주 전환 업무로 바쁜 가운데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혁신의 일선에 있는 디지털금융그룹을 본점 밖에 두면서 자유로운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환경을 마련했고, 그룹장에게 인사권을 위임하는 실험도 단행했다.  

 

또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임단협 합의도 이뤄냈다.  손 행장은 중요 사안마다 노조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조속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행장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로 인해 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일례로 최근 우리은행이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사주 매입 신청에는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모여 지주 출범 이후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를 반영했다. 

 

출발이 산뜻하다. 다만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며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가 해야 할 일들은 많다. 지주 체제의 조기 안착,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쌓여있는 과제가 산적하다. 금융권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올해와 달리 내년은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잦은 오류로 골머리를 앓았던 차세대 전산시스템​의 안정화도 중요한 이슈다.

 

 

이런 가운데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행장이 지주 체제로 새롭게 출범하는 우리금융그룹을 어떻게 이끌어갈까.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정준화 금융투자부장
정준화 금융투자부장
jjh77@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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