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동력성능에 탁월한 정숙성…낮은 연비‧가격 경쟁력은 아쉬워

혼다 뉴 파일럿 주행 / 사진=혼다코리아 제공
혼다코리아가 지난 13일 출시한 ‘뉴 파일럿’은 패밀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다인승 차량을 넘어 온‧오프로드를 막론한 전천후 주행성능을 앞세워 레저 수요를 끌어 모으겠다는 복안이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조용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4월 들여온 신형 어코드가 판매량을 홀로 견인하고 있으나 일본 수입차 브랜드 중 선두를 달리는 토요타‧렉서스코리아와의 순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올해 마지막으로 들여오는 뉴 파일럿엔 자신감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 지난 13일 출시된 신형 파일럿은 기존 3세대 모델에서 디자인 변경을 거치고 안전‧편의 사양이 새롭게 탑재된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다. 파일럿은 지난 2016년 801대 팔린 데 이어 지난해 1381대 판매되면서 점차 시장 반응을 끌어내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직접 만난 뉴 파일럿은 외관부터 대형 SUV로서의 자신감이 담겼다. 차체 전반에 볼륨감을 머금은 모습이다. 전면부엔 혼다 특유의 가로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LED 헤드램프가 적용돼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혼다 뉴 파일럿 실내. / 사진=윤시지 기자


운전석에 들어서면 우선 버튼식 9단 자동변속기가 눈에 들어온다. 6단 변속기가 적용된 이전 세대 모델보다 더욱 예리한 변속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2, 3열로 이어지는 뒷좌석에선 내부 공간을 활용하고 편하게 승하차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 기능이 탑재됐다. 다만 가벼운 플라스틱 느낌으로 마감된 내장재는 호불호가 다소 갈릴 요소로 보인다.

이날 뉴 파일럿을 타고 화성 롤링힐스 호텔서부터 평택 일대를 1시간 가량 편도 주행했다. 고속도로와 도심, 비포장 도로를 오가며 온‧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시험했다. 우선 예상 밖의 가벼운 주행감에 놀랐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도로 위로 매끄럽게 쭉쭉 뻗어갔다. 주행 소음과 진동이 차단된 실내는 부드러운 주행 환경을 조성했다. 

체급이 큰 차라서 둔하게 움직일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뉴 파일럿은 V6 3.5리터 직분사식 i-VTEC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 출력 284마력(㎰)과 최대 토크 36.2kg·m의 힘을 낸다. 고속도로에 들어서 힘껏 가속페달을 밟자 시속 130㎞까지 무리 없이 속도가 올라갔다. 순간가속력이 있는 모델은 아니다 보니 지체 없는 가속 반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가솔린차,’ ‘대형차’라는 꼬리표에 대한 편견은 지웠다. 고속주행에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크게 들이치지 않는 정숙성은 장거리 주행 시 피로를 덜 수 있는 강점이었다. 

비포장 도로와 같은 거친 노면을 달릴 땐 우수한 조향 성능을 체감했다. 적당한 무게감의 스티어링 휠과 빠른 조향 응답성은 구불구불한 급코너길과 거친 흙길에서도 안정적인 조향을 도왔다. 뉴 파일럿 전 트림엔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고, 지형에 따라 일반, 눈길, 진흙길, 모랫길 등 4가지 주행 모드로 세팅을 변경하는 지능형 지형 관리 시스템(ITM)이 탑재됐다. 다만 말랑한 하체는 과속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을 넘어 달릴 때 다소 덜컹거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

첨단 운전보조시스템인 ‘혼다 센싱’도 새롭게 적용돼 안전 주행을 돕는다. 이 차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ACC),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등 기능과 더불어 후측방 경보 시스템(BSI),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 기능이 새롭게 적용됐다. 고속 도로를 달릴 땐 이 같은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해 운전 피로를 덜었다.

주행을 끝나고 난 뒤 연비는 8.1㎞/ℓ로 나왔다. 뉴 파일럿의 공식 복합연비는 8.4㎞/ℓ다. 급가속, 급감속을 반복한 결과 낮은 연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식 연비 수치는 동급 차종과 비교했을 때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복합 연비는 7.9㎞/ℓ​,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은 9.6㎞/ℓ​를 기록하고 있다. 

 

혼다 뉴 파일럿. / 사진=윤시지 기자


경쟁 차종에 비해 가격대도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된 편이다. 뉴 파일럿은 8인승 모델 ‘파일럿’과 7인승 모델 ‘파일럿 엘리트’ 총 두 가지 트림으로 꾸려졌으며, 판매 가격은 각각 5490만원, 5950만원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반영된 포드 익스플로러의 경우 판매가격은 5460만~5710만원이며,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가솔린 7인승 모델은 3475만~4030만원선이다. 파일럿은 북미에선 연간 15만대 팔리는 인기 차종이나 국내선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점도 넘어야 할 숙제다. 최근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를 출시하고, 한국GM이 내년 중 트래버스 투입 계획을 검토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대형 SUV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점은 호재다. 그러나 이와 함께 치열한 경쟁도 예고돼 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파일럿이 노릴 대형 SUV 시장은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다”라면서도 “파일럿은 국내 출시 당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지난 2015년 전 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로 시장 반응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조금씩 국내 시장이 성장하는 점은 기대를 걸어볼만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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