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만 생각해”…택시 집회에 주변 시민들 ‘냉담’

집회 참석자가 '불법 자가용 영업 카풀 퇴출' 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최창원 기자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 집회가 열렸다. 오전부터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지하철 국회의사당역에서 “3번, 4번 출구로 올라가면 된다”며 집회에 참석하는 택시 기사들을 안내했다. 집회 장소 근처에선 마이크 소리가 계속 울렸다. 집회 시작 시간이 되자 정치인들이 참석한다는 소리가 집회장소에서 나돌았다.

집회 내용에 대해 묻자 택시 기사 최모씨는 “저쪽 천막(단상 옆 천막)에서 그런 내용을 들었다”며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김경진 의원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카카오 카풀 퇴출과 택시 기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요구했다.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마이크 잡자 “우릴 돕는 사람” vs “카카오 끄나풀”

집회에는 여・야 정치인들도 참석해 택시 집회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회에 참석한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TF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자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물병을 던지며 “전현희는 카카오의 끄나풀”이라고 외쳤다. 야유가 심해지자 사회를 맡은 택시노조 관계자는 “전현희 의원은 우리를 돕는 사람”이라며 “분노를 전 의원에게 표출하지 마라”고 했지만, 참석자들의 야유와 욕설은 계속됐다.

집회에 참석한 한 택시 기사는 “전현희 의원이 우릴 위해 한 것이 뭐가 있느냐”며 “이 자리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발표에는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택시기사들의 이 같은 반응은 정부의 카풀관련 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서민을 위한다면 택시업계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부가 맞느냐”고 강조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현 정부가 왜 카카오 경영진을 구속하지 않고 있느냐”며 “공유경제 같은 허울을 택시 가족의 힘으로 응징하자”고 외쳤다.

집회에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경원・조경태・김학용・임의자・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정동영・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당 차원의 지지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택시업계는 집회 시작과 동시에 정부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비판했다. 김태황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사태가 심각하지만 정부는 미동도 안 한다. 2차 집회에서 사태가 점점 무거워진다는 점을 경고했다”며 “모든 책임은 정부와 카카오에 있다. 카카오 카풀을 위해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또 김 사무처장은 대외선언문을 통해 “정부가 4차 산업 혁명,공유 경제 등을 이유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카카오가 결탁한 것이 아니라면 택시기사 죽이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분노했다.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장 역시 “최 동지가 국회 앞에서 분신했다. 벼랑 끝에 몰린 줄 알았는데, 우리는 이미 벼랑에 떨어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1항 삭제에 앞장서라”고 말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81조 1항에 따르면 승용차의 차량 공유 사업은 금지된다. 하지만 ‘출퇴근’시간 등은 예외로 허용된다.

 

/사진=최창원 기자
◆ 냉담한 시민 반응…“택시업계 주장 공감 어려워”

집회 장소 근처 국회의사당역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택시 집회’ 얘기를 꺼내자 짜증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직장인 정모씨는 “다른 회사는 모르겠는데, 나와 근처 사람들은 다들 택시 기사에게 부정적인 반응인 것 같다”며 “오늘 택시 집회가 열린다는 말이 회사 단톡방에 올라왔는데 ‘도로 쾌적하겠다’는 말로 도배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직장인 5685명에게 카풀 규제 방향을 물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카풀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의 주장처럼 카풀 서비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집회는 국회 앞 의사당대로를 꽉 채워 진행됐다. 또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의사당대로 전 차로와 마포대교 차로 일부를 막는 행진이 진행됐다. 행진 사진을 찍던 김모씨는 “길을 꽉 막고 택시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서까지 밥그릇 싸움해야 하냐”며 “택시 기사들이 승차거부 같은 본인들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것 같아 공감이 안 된다.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만 더 늘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택시・카풀의 소비자인 시민들이 택시업계에 등 돌린 이유는 다년간 쌓여온 승차거부, 난폭운전 등 불친절 때문이다. 매년 서울시에 신고되는 택시불편 민원신고는 2만건이 넘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25104건), 2016년(24008건), 2017년(22420)에 이어 올해엔 지난 9월까지 14401건의 불편 신고가 접수됐다.

집회에 참석한 한 개인 택시기사는 “불편을 주는 건 미안하지만 시민들도 귀를 열고 우리 의견을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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