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회계학 원론에 나온 상식인데도 누락” 지적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합작으로 설립하며 맺은 콜옵션​의 존재 사실을 고의로 재무제표에 누락했는지 여부가 분식회계를 판단하는 핵심 쟁점인 상황에서, 삼성바이오 측이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심문기일은 증선위의 제제 처분을 정지시켜달라는 삼성바이오 측의 요청이 법에서 규정한 집행정지 요건을 성립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열렸지만, 삼성바이오와 증선위 양측은 본안소송에서 다툴 각 쟁점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도 내놓았다.

특히 삼성바이오 측은 “2012년~2104년 회계연도 회계처리 당시 왜 콜옵션의 존재를 공시하지 않았느냐. 콜옵션을 부채로 볼 것인지는 이견이 있더라도 존재 자체는 명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빠뜨렸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앞서 바이오산업에 처음 뛰어든 삼성은 바이오젠과 합작을 위해 바이오젠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에피스 지분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바이오젠에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이 콜옵션을 2012년~2014년 부채에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콜옵션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1조8000억원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할 상황이 생겼다. 2015년 당시 자산 1조8000억, 부채 9000억원이었던 삼성바이오는 이 콜옵션을 또다시 부채로 반영할 시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 측 대리인은 “지금은 삼성바이오가 시가총액이 대단한 회사지만 초기에는 벤처 수준이었다. 회계를 담당한 직원이 1~2명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콜옵션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거나 공시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했다”라며 “당시 주주들은 삼성계열사와 외국 투자자들로 콜옵션의 존재 사실을 모두 아는 상황이었다. 상장사였다면 엄격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또 다른 대리인은 “콜옵션 공시 여부가 회계기준(K-IFRS)상 명확하지 않다. 공시 대상이더라도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일 때만 공시의 의무가 생긴다”라며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본안소송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겠다”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증선위는 이러한 해명에 맹공을 펼쳤다. 증선위 측 대리인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는 자산보다 부채를 자세히 작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년 부채를 재평가 하는 것”이라며 “파생상품의 부채라는 것은 회계학 원론에도 나와 있는 상식이며, 당시 회계 담당 직원이 1~2명이었고 비상장 회사라고해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 등에 근거해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콜옵션 부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방식이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는 본안소송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재판부는 이르면 내년 1월 중순, 늦어도 2월 안에 삼성바이오가 청구한 집행정지 신청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