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서울, 부산, 경남지역에서 시범 운영…소비자 유인책 등 개선해야

제로페이 시범서비스 첫 날인 2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제로페이 결제시연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오늘(20일)부터 서울과 부산, 경남지역에서 시범 운영된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자 정부와 관련 업계가 힘을 합쳐 출범한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신용카드와 비교해 편의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소상공인들의 참여 또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는 서울시,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은행, 민간 간편결제사업자들과 협력해 구축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과 QR코드를 활용해 소비자가 소상공인 계좌이체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물어야 했던 카드사 수수료, 부가가치통신망(VAN)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대폭 줄여 수수료를 최소화했다.

제로페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출시전부터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소상공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사저널e가 서울특별시에 정보공개를 요청한 결과, 올해 11월 말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은 약 2만여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정보공개 요청에도 불구,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지역 전체 소상공인 66만곳 가운데 약 3% 정도만이 제로페이를 신청한 셈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을 더 선호하는 상황속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페이의 가맹점 수수료는 연매출 8억원 미만은 0%, 8억원 초과 12억원 미만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수수료의 경우 기존 신용카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없거나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 나선 상황속에서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 등을 적용할 경우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에 카드수수료 1.4%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매출 10억원 이하 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 매출세액공제 한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가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모두 적용할 경우 매출액 5억~10억원 가맹점의 실질 카드수수료율은 0.1%∼0.4%로 떨어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 유인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카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았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사실상 없다. QR코드 방식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로페이의 경우 신용카드처럼 포인트 적립이나 후불 결제가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제로페이 이용시 결제금액의 40%가 소득공제 되도록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현재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각각 15%, 30%의 소득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또한 세제 혜택 법안이 통과돼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법 개정시 40%의 소득공제율이 제로페이 전 가맹점에 적용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한 시중은행들의 불만과 카카오페이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도 불안요소다. 제로페이의 경우 은행 간 계좌이체 수수료가 50∼500원 정도 들지만 은행들은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낮춰주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가 새로 만드는 플랫폼의 설치 비용(약 39억원)과 운영 비용(매년 35억원) 역시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부담하는 구조다. 사실상 은행 입장에서는 제로페이를 통해 얻는 이득이 거의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시장에 즐비한 상황속에서 제로페이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대다수 은행들은 정부의 요청에 억지로 참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속한 금융그룹 대다수는 자체 카드사를 운영하고 있다. 제로페이가 활성화 될수록 자신들이 보유한 카드사 수익이 감소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18만 가맹점을 확보한 카카오페이의 존재도 제로페이에게 있어 부담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QR코드를 통해 결제가 진행된다. 특히 카카오톡 플랫폼을 활용해 가맹점을 빠른 속도로 넓히는데 성공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제로페이 사업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로페이 출시와 관련해 정부의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미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존재하는 상황속에서 무리하게 제로페이를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들과 비교해 뚜렷한 소비자 유인책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불만이 많은 상황인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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