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변수 등 시간 갈수록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 강조돼…조현준‧조현상 거의 동일 지분 보유체제는 예상 밖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조현상 효성 사장. / 사진=효성‧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김태길

효성그룹이 그토록 그리던 지주회사 체제를 사실상 완성했다. 장남 조현준 회장과 3남 조현상 사장 등 오너일가가 유상증자를 통해 과반 이상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재계에선 효성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효성일가는 지난달 28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유상증자를 통해 효성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조현준 회장은 14.59%에서 21.94%, 12.21%에서 21.42%로 상승했고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10.18%에서 9.43%로 지분율이 줄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약 53%. 효성이 지분스왑을 통해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자회사 지분 20%이상을 확보하게 되면 사실상 효성일가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가 구축되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선 법적인 요건은 다 갖췄고 지분스왑과 관련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올 한해 효성그룹 내 최대 화두는 단연코 지주회사 전환이었다.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지분이다. 재계에선 효성의 장자승계 원칙 등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두 형제의 역할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허나 조 회장과 조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나란히 21.94%, 21.42%씩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했다. 지분으로만 보면 사실상 투톱(Two Top)’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재벌의 승계는 회장직책+최대주주라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승계를 마친 구광모 LG회장은 단순히 회장 자리에만 오른 것이 아니라 고(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8.8%를 상속받아 총 지분 15%LG의 최대 주주다. 형제끼리 21%씩 거의 같은 지분을 보유한 효성가()와 다른 모습이다. 한 그룹사 인사는 회장직과 최대 지분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총수 승계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선 이런 점들을 빗대 효성이 그만큼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형제 간 사업 및 역할 분담보다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해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번 효성의 유상증자에 있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지분율을 보면 다소 의외의 결과이며, 효성으로선 다른 문제보다 우선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것 자체가 급선무였을 수 있다”면서 다만 조 회장과 조 사장은 사실상 각자 자른 부문에 대해 독립적 경영을 하고 있었고 이 같은 경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분석했다

 

시간이 갈수록 지주회사 전환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상장사)는 자회사 지분 20%이상을 보유해야 그 지위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그 비율이 30%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 전환을 하려는 기업으로선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재원마련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로선 해당 법이 적용되기 전에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지주회사 전환을 마치지 못한 한 대기업 인사는 정부가 권장하는 지배구조가 지주회사체제라고 했는데 그 요건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그 방식마저도 쉽지 않아졌다고 토로했다.

 

어쨌든 효성은 이번 지주사 체제 확립을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해선 한 시름 덜게 됐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 전환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분할 계열사 주주 대상 현물출자 유상증자가 종료되고, 지주 요건과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확고해 짐으로써 이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역량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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