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 초반 돌풍 못이어가…증시 침체에 사모재간접, 부동산 펀드 '두각'

자료=금융투자협회, 에프앤가이드.

 

올해 국내 펀드 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주요 키워드로는 ‘코스닥벤처펀드’, ‘사모재간접펀드’, ‘부동산펀드’가 꼽힌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코스닥벤처펀드는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증시 하락에 힘을 쓰지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한 모습을 보였다. 사모재간접펀드는 사모펀드 인기에 따라 재조명이 된 펀드였다. 부동산펀드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려는 수요에 따라 올해 완판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 용두사미 우려에 놓인 코스닥벤처펀드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에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지난 4월 5일 출범했다. 코스닥 공모주 30% 우선 배정, 3년간 펀드 유지 시 투자금의 10%(최대 300만원)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출시 석 달 만에 3조원에 가까운 투자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코스닥벤처펀드에 뛰어든 운용사도 100개사에 달했다.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열기는 식어갔다. 7월 말 2조9853억원이었던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공모+사모)은 8월에 접어들면서 2조9628억원으로 소폭 줄며 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달 12일에 설정액이 3조원을 넘서기도했지만, 8월부터 매달 0%대 증가율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초반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사모펀드 쏠림 현상도 심화되는 모습이었다. 이달 18일 기준 코스닥벤처펀드 전체 설정액은 2조9995억원인데, 이 중 사모펀드는 2조3014억원이었다. 게다가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지난 6월 말 782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달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이로 인해 소액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고, 창업·벤처기업에는 모험 자본을 제공한다는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투자풀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코스닥벤처펀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설정 후 6개월 이내에 벤처기업 신주를 15% 담아야 한다. 혹은 벤처기업 지정이 해제된 후 7년 이내의 코스닥 상장기업 주식을 35% 담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이라는 특성상 부득이하게 일부 관리종목이나 투자주의 환기종목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면서 투자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공모주 수요예측 과열로 펀드에 물량을 원하는 만큼 확보하지 못하게 된 점도 코스닥벤처펀드의 한계로 꼽혔다.

◇ 2년차 접어든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하락장서 관심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정부가 지난해 5월 최소 가입금액 500만원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최소 투자 금액이 1억원 이상이었던 사모펀드에 소액 투자자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두 곳에서 상품을 내놨고 올해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연이어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당초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일반 공모펀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 검증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잃지 않으면서 성공 기대감을 키웠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혼합자산투자신탁H[사모투자재간접형]Cf’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 기준가가 0.96% 하락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0.74% 떨어졌다.

이미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는 흥행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는 이달 19일 기준 전체 운용규모가 175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자산운용의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는 213억원 수준이고 출시 네 달차로 접어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사모펀드는 115억원이 넘는 자금이 모였다. 지난 10월 가장 늦게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향후 다른 국내 운용사들의 사모 재간접 공모 펀드가 출시되면 시장 파이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준비 중이다. 라임자산운용도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출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허용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실제 나온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의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최근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에 미칠 수 있는 지는 조금 더 볼 필요는 있다”며 “만일 기존 공모펀드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 증시 한파 피난처된 부동산 펀드, 꾸준한 인기 주목

부동산 펀드도 올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리던 펀드였다. 증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이러한 이점에 최근 출시된 다수 펀드가 완판을 기록하는 등 자금 유입이 지속됐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가 크게 내린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부동산 공모 펀드에는 849억원의 설정액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액티브 펀드에서 2471억원, 해외주식형펀드 2009억원 설정액이 나간 것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공모형 부동산 펀드 다수는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실제 대신자산운용이 지난 9월 공모로 처음 출시한 ‘대신 하임 부동산투자신탁 제1817호’는 최대 모집 금액인 344억원을 모두 채웠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부동산투자신탁 239ClassA’도 목표 모집액 490억원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 두 펀드 모두 대출채권형 펀드로 임대형보다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 받지만, 투자자들을 모으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 같은 모습은 국내외 증시 불안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최근 3개월 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침체에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 9월 27일 종가 기준으로 2355.43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한 달 뒤인 10월 29일 1996.05까지 내렸다. 이후 소폭 반등은 했으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는 부동산 펀드에 자금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수익률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외 주식형펀드보다 국내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19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3.12%로 저조했다. 해외 주식형펀드 역시 평균 마이너스 7.78%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펀드는 평균 2.94% 수익률로 증시 대비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6개월, 연초 이후 기준으로도 꾸준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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