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김승유 사단 인물들,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에 낙점

(왼쪽부터)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BNK·DGB·JB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친정부 인사로 교체됐다. 최근 JB금융 차기 회장에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가 내정되면서 지방금융권 수장들 모두가 정부의 금융권 주요 인맥과 중첩된 라인을 타게 된 것이다. 이에 정부의 지방금융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19일 김 대표를 최종 회장으로 내정했다. 김 회장 내정자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JB금융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김 회장 내정자가 호남을 중심으로 금융 인프라와 영향력을 가진 JB금융의 최고 수장이 된 데에는 김한 현 회장의 갑작스런 3연임 포기 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금융권에선 김 회장이 JB금융 설립부터 지금까지 지주를 이끌어 왔고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이끈 바 있어 김 회장만큼 JB금융을 잘 아는 인사가 없다고 평가한다. 이에 김 회장의 용퇴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회장 내정자가 김 회장의 후임 회장으로 경영권 승계를 받게 되면서 친정부 인사가 JB금융을 이어받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은행장의 회장 승계에 외부인이 최종 후보자에 오르면서 이를 두고 김 회장 내정자가 이헌재 사단의 라인이라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내정자는 금감원 부원장보를 거쳐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이후 국민은행 수석부원장 등을 지냈고 이후 JB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다. 금감원 부원장보를 맡기 전에 한국조세연구원, 보험개발원에 몸을 담은 바 있다. 이후 1999년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원장의 발탁으로 금감원 부원장보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사단은 금융계에서도 막강한 힘을 가진 것으로 통한다. 이헌재 전 장관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걸쳐 금융위원장과 경제부총리,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금융권에 이른바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금감원장에 최흥식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임명된 바 있는데 최 전 원장도 이헌재 사단으로 불렸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이 재직할 때 최 전 원장은 자문관으로 일했고 이후 이헌재 라인 사람으로 통한 것이다.

친정부 인사로 유명한 지방금융지주 수장은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다. 김지완 회장은 ‘김승유 사단’으로 통한다. 김지완 회장은 2008년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재직 시절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김지완 회장이 BNK금융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당시 부산은행 노조는 김 회장이 은행 경력이 없음에도 회장 후보에 오른 것이 의문이라며 낙하산 인사, 친정부 외부 인사라고 반대 표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김승유 회장이 직접 추천서에 서명까지 해주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지며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김지완 회장은 또한 노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2012년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인연을 맺었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도 김승유 사단으로 금융계에 알려져 있다. 김태오 회장은 2008년 하나금융 부사장 시절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을 보좌하며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김태오 회장이 2014년 이후 4년간 경력 공백이 있고 외부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됐지만 결국 DGB금융 회장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지난 2010년 김승유 전 회장 권유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에 취임,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김승유 전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와 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력 외에 실세 라인이 인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국내 금융권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는 것”이라며 “시중은행 지주보다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지방금융권을 정부가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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