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국세청·국회 등 발로 뛰며 확인…명확한 팩트 확보되면 기사 작성해야

지난달 모 제약사 홍보 담당자는 기자와 만나 ​제약업계 리베이트와 세무조사 분야에 영향력이 높다고 언급했다. 예의상 형식상 하는 멘트로 판단됐다. 과거 ‘부도전문기자’라고 불리운 시절이 있었던 기자는 그 말이 절대 좋은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당황했고 속으로는 씁쓸했다. 후술하겠지만 이처럼 민감한 기사는 작성 과정보다 보도 후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항의전화가 수십 통 걸려온 적도 있다. 

 

이번 5개 제약사 건은 감사원이 지난 9월 20일 ‘서울지방국세청 기관운영감사’ 보고서 파일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기자는 보고서를 읽으면서 감사원이 서울지방국세청 대상 감사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다면 수사를 할 실무 부서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 충북 오송의 식약처 본부를 출입한 경력이 있는 탓이다. 즉각 식약처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중조단에 물어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그 내용을 ‘단독’으로 올렸는데, 모 사이비매체 ‘회사원’이 5개 제약사를 실명으로 올리며 기자의 기사 일부를 가져다 쓴 것을 확인했다. 인터넷 속성상 다른 매체 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 기자도 부끄럽지만 과거에 일부 그러했다. 그런데 취재원의 직접 멘트 등 기자의 기사 몇 줄을 갖다 쓰면서 단독 기사라고 올리니 기가 막혔다. 그를 기자가 아닌 ‘회사원’으로 표현한 이유다. 물론 취재 과정에서 기자도 5개 제약사 명단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업계에 도는 소문에 불과했다. 

 

이후 기자는 직접 기관들을 다니며 사실을 확인하자고 다짐한 후 행동에 옮겼다. 식약처와 국세청, 국회 등을 발로 뛰며 5개 제약사 수사 상황을 최대한 확인하려고 노력했다. 세무조사 경력이 10년을 넘는 세무사들도 만났다. 특히 국세청은 기관 속성상 보는 눈이 적지 않아 주로 밤이나 저녁에 직원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삼진제약 세무조사 결과도 일부 들을 수 있었다. ​이같은 취재 결과를 종합해 소문이 아닌 팩트로 후속 기사를 작성했다. 

 

그 기사가 나간 후 5개 제약사 중 한 업체 임원과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했다. 그 임원은 정치 등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5개 제약사 건에 대해 기자님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임원한테 “그럼 저처럼 식약처와 국세청, 국회를 찾아다니며 취재한 기자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어느 기자가 중조단 직원들과 식사를 하고 중조단 사무실에 2번이나 들어가 취재를 했는가? 중조단 수사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일요일에도 출근을 하는지 체크한 기자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과거 회식 때마다 업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고 있지만 기사는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기자가 있었다. 그는 실제로 좋은 ‘사람’이고 좋은 ‘회사원’이다. 단 좋은 ‘기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면 취재한 내용을 보도해야지 알고만 있으면 안 된다고 초년병 시절 선배들한테 배웠다. 

 

기자를 다른 기자들과 비교한 사람은 또 있었다.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면서 인사 기사를 많이 쓰니까 한 직원은 “기자님보다 인사를 더 잘 아는 기자들이 많지만 그 사람들은 안 쓴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한 직원은 복지부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타 부처로 떠났다.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 기자들 중 ‘복지부 인사’에 대해서는 기자가 제일 많은 사항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 분야를 오래 담당했던 조선일보 김동섭 선배보다도 ‘복지부 인사’에 있어서 기자가 더 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알고 싶지 않아도 복지부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직원들이 전화를 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포털업계의 75% 가량을 점유하는 한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복지부 인사’를 검색하면 한동안 연관검색어로 기자 이름이 나왔다. 그래서 식약처 인사나 인터뷰 등을 작성하고 연차를 가면서 시간을 벌었다. 결국 현재는 연관검색어에서 기자 이름이 빠졌다. 

 

그렇다고 복지부 인사에 있어서 알고 있는 내용을 다 쓰지는 않는다. 현 집권세력이 가장 싫어하는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의 직속 후배가 누군지, 우 수석과 같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했던 복지부 관료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고 있지만 그 같은 내용은 절대 쓰면 안 된다.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존안자료나 최근 물의를 빚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의 기본 자료에는 그 같은 내용이 기재돼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히 활자화를 하면 그 관료가 주목 받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류근혁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지난달 복지부에서 발생했다.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와 재검토 지시, 사전 유출 의혹으로 류 국장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기자는 류 국장 내용을 기사화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기사화할 경우 내년 1월이나 2월로 예상되는 복지부 정기인사에서 혹시라도 류 국장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청와대는 직전 박근혜 청와대와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 류 국장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다. 

 

다시 제약업계로 돌아와서 식약처 중조단은 10월과 11월에도 5개 제약사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는 본격 수사가 내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12월 들어 중조단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지난주에는 중조단이 연말까지 1개 제약사를 선정해 압수수색이든 소환이든 액션을 취할 것이라는 신빙성 높은 첩보가 들어왔다. 이 첩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기자는 개인적으로 목요일이나 금요일 정도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지난 13일과 14일 안테나를 열심히 세우고 대기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사건 당일인 지난 17일에는 긴장이 다소 풀린 상태였다. 크리스마스 징검다리 연휴를 앞둔 20일이나 21일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이날 오후 다른 취재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를 전후로 휴대전화에 불이 났다.

 

첫 전화를 받고 나서 ‘중조단이 압수수색을 결정한 날이 17일이었구나’라고 생각한 기자는 정신 없이 기사를 작성해 송고했다. 난리는 단독 기사가 보도된 뒤 발생했다. 기자가 소속된 신문사에는 자칭 애널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식약처에 확인해보니 압수수색이 없었다면서 항의했다는 연락이 왔다. 아마도 동성제약 주주로 추정된다. 

 

인트라넷을 통해 단독 기사 조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계속 올라가고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기자는 예정됐던 저녁약속도 취소하고 밤 10시까지 퇴근을 하지 못하고 인터넷만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동성제약 상장폐지까지 거론한 기사를 보고 의문점이 들기도 했다. 공교롭게 해당 신문사의 정치부장이 대학교 입학 동기여서 그 근거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부서도 다르고 시간이 너무 늦어 보류했다. 

 

다소 장황했지만 5개 제약사 건과 복지부 인사에 있어서 기자는 관심을 갖고 열심히 취재해왔다고 생각한다. 다소 민감한 내용이지만 팩트가 있고 확인된 내용을 기사로 쓸 수 밖에 없다. 일단 내일(21일) 후속 단독 기사를 내보내고, 누군가 쓸 기사라면 먼저 기사를 쓰고 싶다. 5개 제약사 관련 부분에 있어 소문이 아니라 발로 뛰며 취재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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