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상정‧의사일정‧발언권 등 ‘막강 권한’…‘정치적 도의’ 따라 반납한 사례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복당한 이학재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국회 정보위원장 유지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졸지에 위원장을 잃게 된 바른미래당은 이 의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도 정보위원장 자리를 반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의 비판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향후 이 의원의 정보위원장 자리 반납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시에 국회 상임위원장의 권한, 역할 등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실무 담당 상임위서 위원장 권한 막강

현재 총 18개의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는 각 분야별 입법과 대정부 감시 등 입법부 역할의 실무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교육위원회는 교육부외 소관기관, 기획재정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외 소관기관 등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해당 부처들의 행정, 정책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다.

또한 해당 분야 관련 법안 심사도 상임위 차원에서 이뤄지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임위 검토가 이뤄진 법안은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 내에서 상임위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상임위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우선 위원장은 법안심사, 공청회, 청문회 등 전체회의 일정과 상임위 회의의 개시, 정회, 산회 여부 등 의사일정 전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회법상 상임위 의사일정은 여야 간사들과 협의해야 하지만, ‘대부분’ 갈등을 빚고 있는 여야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위원장이 중심을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위원장은 소속 정당 입장과 함께하며 자당에 유리하게 의사일정을 조정하곤 한다.

위원장은 상임위 회의의 안건채택, 증인선정 등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상임위 위원들의 의견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만,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일부 거절하거나 강행할 수 있다.

또한 회의 운영에 있어서도 위원들의 발언권, 발언 순서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위원장의 권력이 막강한 만큼 각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문제를 두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곤 한다. 지난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 과정에서 ‘식물국회’ 상황까지 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바른미래당 “벼룩의 간” 비난…‘관례’ 다수지만 반납 사례도

위원장 자리는 각 정당에 있어 일종의 ‘전쟁 전리품’인 것이다. 따라서 이학재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한국당에 복당하는 것을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과거 소수당에서 거대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간 것은 한 번도 없었다”며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여야의 상임위원장 배분 논의 당시 ‘국가정보기관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정보위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맡는 게 적절치 않다’며 바른미래당으로 배분됐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 야당들도 이 의원의 정보위원장직 반납을 촉구했다.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정보위원장은 이학재 의원 개인의 몫이 아닌 정당의 몫”이라며 “당적을 옮기는 것은 정치인의 선택이지만, 정보위원장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은 여야 합의 정신이나 정치 도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간 합의에 의해 배분하는 것이므로 합의 당시 당적을 기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합당하다”면서 “만약 이 의원의 정보위원장 사퇴가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면 국회는 시절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가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철새들의 낙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반발에도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명분은 ‘관례’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당적변경과 관련된 여러 경우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당적변경으로 인해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든가, 사퇴했다든가 한 사례가 없었다. 국회 관례대로 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당적을 변경하면서 상임위원장직은 사퇴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주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김동철 국토교통위원장 등은 탈당 후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위원장직을 유지했다. 또한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김영우 국방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등도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위원장직을 반납하지 않았다.

2017년에도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장병완 산업자원통상위원장 등도 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고 민주평화당으로 입당했다.

‘정치적 도의’에 따라 위원장직을 반납하고 당적을 옮긴 경우도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 진영 안전행정위원장은 사임계를 제출하고 민주당에 입당했고, 1998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 김종호 정보위원장은 위원장직을 반납하고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겼다. 위원장직 문제가 사안마다 다른 이유는 국회법에 ‘본회의의 동의를 얻어 그 직을 사임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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