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시민단체, 현역 국회 특경비·특활비 집행 내용 공개…“국회, 특경비 누가 어떻게 공적 업무에 쓴 건지 밝혀야”

19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대 국회의 특경비와 특수활동비(특활비) 집행내용을 공개했다. / 사진=이준영 기자

국회가 국민 세금인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증빙 없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으로 썼다. 이는 모두 정부지침 위반이다. 이에 특경비를 누가, 어떻게 쓴 건지, 공적 업무에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20대 국회는 이전 국회처럼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쌈짓돈으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각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들에게 수백, 수천만원이 매달 배분돼 불투명하게 사용됐다.

19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대 국회의 특경비와 특수활동비 집행내용을 공개했다. 국회 특경비 집행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 자료들은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지난 14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았다.

하 대표가 공개한 특경비 집행내용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지출분이다. 이 가운데 입법 활동 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위원회 활동 지원, 예비금 등 4개 세부사업 분야다. 총 집행액은 27억8236만8710원, 집행건수 1146건이었다.

특경비란 각 기관의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쓰이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다.

이번에 공개한 20대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용은 2016년 6월부터 같은 해 12월 지출분이다. 집행액은 52억9221만8890원, 집행건수 962건이었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 국회, 특경비 증빙 없이 현금으로 썼다…기재부 지침 위반 

자료=세금도둑잡아라,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시민단체가 공개한 관련 내용에 따르면 국회는 특경비를 증빙 없이 현금으로 썼다. 이는 기재부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정부구매카드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국회가 특경비를 현금으로 집행한 비율은 12억4087만원으로 지출액의 45%에 달했다.

특히 ‘입법활동지원’과 ‘예비금’ 사업에서 의정활동수행경비, 운영조정지원, 운영지원협의활동비, 국회특수업무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3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씩 뭉칫돈으로 현금 집행했다.

또 특경비 가운데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경우를 빼도 지출증빙이 없는 지출이 98.7%에 달했다.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것을 제외한 18억7442만원의 지출 중 영수증 등 지출증빙이 첨부된 지출액은 2473만원뿐이었다.

이는 ‘개인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는 경우 이외의 경비는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을 첨부하여야 한다’는 지침내용을 위반했다. 지침은 ‘소액 및 영수증 첨부가 곤란해 증빙하기 어려운 지출의 경우에도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사유, 증빙서류 첨부가 곤란한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지출내역을 기록하고 감독자가 확인,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지침은 ‘지출내역은 지급일자‧지급금액‧지급사유, 증빙서류 첨부가 곤란한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기재내용이 특정업무 수행과 무관할 경우, 관리·감독자는 해당 경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20대 국회 특정업무경비의 구체적 지침 위반은 다음과 같다.

입법활동지원 명목으로 사용된 3억8200만원의 경우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에서 ‘의정활동수행경비’ 명목으로 각 3000만원씩 2회 6000만원, ‘기관운영업무수행경비’ 명목으로 1300만원, ‘의정활동지원’ 명목으로 900만원을 지출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조정지원’ 명목으로 각 2000만원씩 4회에 총 8000만원, ‘국회운영협의활동비’ 명목으로 각 1000만원씩 13회에 걸쳐 1억3000만원, ‘운영지원’ 명목으로 13회에 걸쳐 9000만원을 썼다.

그러나 이는 모두 현금으로 썼다. 증빙서류도 없다. 실제로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경비 가운데 위원회 활동지원 명목으로 지출된 13억2786만9750원의 경우 소위원회 활동비(분기별 600-1000만원), 상임위원회 간사활동비(월 50만원 상한), 수석전문위원 예비검토활동비(월 50만원),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연구조사비(월 25만원 남짓), 상임위원회 심의관 연구조사비(월 12만원), 입법조사관 입법조사비(월 10만원), 관서운영경비(월 40-50만원) 등으로 사용됐다. 여기서도 기획재정부 지침 상 원칙적으로 카드를 사용하고 지출증빙을 구비해야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입법및정책개발비 균등인센티브 5억4287만7860원의 경우 300명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매월 15만원씩 ‘균등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됐다.

예비금 5억2962만1100원의 경우 국회경비대 경찰들이 사용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국회특수업무활동비’명목으로 현금으로 집행됐다. 국회의원들만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국회의 증빙 없이 현금으로 사용한 특경비는 기재부 지침 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결과도 위반했다. 2013년 감사원은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증빙을 철저하게 붙이고, 불명확하게 지출내역을 관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국회사무처에 주의조치를 내렸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하승수 대표는 “특경비를 영수증 증빙 없이 현금으로 쓴 것은 정부 지침 위반으로 위법이다”며 “국회가 이 돈을 누가, 어떻게 썼는지 밝혀야 한다. 공적 업무에 이 돈이 쓰였다는 것을 쓴 사람이 증명해야한다”고 말했다.

◇ 20대 국회도 특활비 쌈짓돈으로 써…불투명하게 사용

20대 국회에서도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불투명하게 쓰였다. 특활비는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되기에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았다. 지난 7월 참여연대는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때도 국회의원들이 특활비를 쌈짓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특활비는 각 정당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에게 정기적으로 배분돼 불투명하게 사용됐다.

이 기간 가장 많은 특활비를 수령한 국회의원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총 2억6256만6790원을 받았다. 월평균 3750만원을 받았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억8470만3450원을 받았다.

시민단체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수령자로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새누리당 원내행정실 관계자와 대표최고위원실 관계자가 수령한 금액이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수령한 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기간 각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도 매월 6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갔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 중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1억2680만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1억1990만원, 새누리당 원내행정실 관계자가 1억1066만6740원을 받아갔다.

실제 수령자가 나와 있지 않고 ‘농협은행(급여성경비)’으로 표시된 특활비 9억873만8290원도 있었다.

하 대표는 “2019년부터 특수활동비 규모가 9억80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나, 예비금 13억원 중 있는 6억5000만원의 특수활동비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16억3000만원의 특수활동비가 존재한다”며 “근본적으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인 특수활동비는 국회 예산에서는 폐지해야 한다. 필요한 경비는 업무추진비를 통해 투명하게 사용,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국회예산은 투명하지 않다. 국회의장은 예외 없는 국회 예산의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며 “오늘 공개된 특정업무경비, 특수활동비는 물론이고, 나머지 모든 예산항목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사용자와 사용처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 대표는 전면적인 예산 개혁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 대표는 “비리와 낭비의 소지가 많은 예산들은 폐지, 삭감하거나, 철저한 통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수활동비의 일부 삭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2의 특수활동비로 드러난 특정업무경비도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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