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법원·검찰 출신 인사…전체 감사, 사외이사 중 31% 차지

지방은행권이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감독원, 법조출신 인사를 상임감사,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하고 있다. 권력에 쉽게 휘둘리는 금융사 영업 환경이 지방은행권으로 갈수록 심해져 금융전문가를 영입하지 못하고 권력 조직 퇴직자들을 영입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시사저널e

지방은행권에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감독을 하는 금융감독원 출신 사외이사가 시중은행보다 많이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과 무관한 법원, 검찰 등 법조출신 인사들도 많았다. 지방은행권이 권력에 쉽게 휘둘리다 보니 방어적 이사회를 꾸린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금융 전문가 모시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등 국내 5대 지방은행권에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와 사외이사가 시중은행보다 많이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지방은행에는 상임감사와 사외이사가 총 29명이다. 이 중 금감원 출신 인사는 5명으로 전체의 17%에 해당했다. 법조출신 사외이사는 총 4명이다. 금감원과 법원, 검찰 등 권력 기관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은 전체의 31% 달했다.

이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금융 전문인으로 이사회를 꾸린 것과 대비된다. 4대 시중은행에서 활동 중인 감사 및 사외이사 23명 가운데 금감원 출신 인사는 2명으로 전체의 8%에 불과했다. 판·검사 출신은 없었다.

은행별로 부산은행에는 금감원 전 국장‧연구위원을 역임한 장현기 상임감사가 활동한다. 사외이사에는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 출신인 차정인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경남은행에는 김두길 사외이사가 전 마산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서 근무했고 검찰사무관과 검찰수사서기관을 역임했다.

대구은행에는 전 금감원 부산지원장·특수은행서비스 국장 등을 역임한 변대석 상임감사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장을 지낸 구욱서 사외이사가 활동한다.

전북은행에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최정수 사외이사와 금감원 기획조정 국장을 역임한 서문용채 사외이사가 있다. 광주은행 상임감사는 전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국장 및 저축은행검사국장을 역임한 송현 감사가 활동한다. 사외이사에는 전 금감원 비서실장·은행 및 비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한 강상백 사외이사가 활동 중이다.

5대 지방은행이 지난 9월까지 사외이사에게 지급한 평균 연봉은 4300만원이다. 상임감사 연봉은 최대 4억2000만원(전북은행), 최저 1억3000만원(경남은행)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권력기관 출신 감사 및 사외이사가 많은 현상에 대해 은행권이 정권과 금융당국에 쉽게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영 조언을 위한 이사회가 아니라 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어적 이사회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금융기관의 이사회가 경영 발전을 위해 형성되기 보다 소극적,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에 당국, 법조 출신 사외이사가 많은 이유도 경영 감시나 조언보다 권력에 대한 대응 차원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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