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 업체에 8개월째 공사대금 미지급…협력업체 도산 위기 호소

취임 6개월에 접어든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대우건설이 하청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 그래픽= 조현경 디자이너

대우건설이 협력업체에 정산해야 할 공사대금을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는 등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공사대금을 지급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은 도산위기를 호소하고 나섰다. 논란이 확대될 경우 올 초 취임 당시 하도급 문제 근절을 외치던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이미지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8개월 째 공사대금 미지급협력업체들 도산위기 호소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대림산업과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랜트 공사라고 불리는 울산 S-Oil RUC·DUC 프로젝트에 시공사로 참여했다. 두 회사는 구역을 나눠 공사를 진행했고 수많은 협력업체가 사업에 투입됐다. 공사는 지난 4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취임 이후 첫 대외일정으로 이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 사업에 참여한 대우건설 소속 협력업체들은 아직까지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대우건설이 발주처인 S-Oil에서 공사대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공사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게 협력업체의 설명이다.

 

협력업체 중 한 곳인 A건설은 대우건설이 공사가 끝난지 8개월이 지났지만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정산 금액은 42억원에 달한다. 현재 A건설을 포함한 협력업체 5~6곳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들은 대우건설의 공사대금 미정산으로 도산 위기에 쳐했다고 호소했다.

 

A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대금을 지금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 마저 자재 납품을 거부하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공사들까지 차질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의 독촉 전화로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해 가정마저도 파탄 위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우건설은 공사대금 미정산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한 발 빼는 모습이다대우건설에 따르면 현재 공사대금이 지급되는 구조는 협력업체대우건설(시공사)S-Oil(발주처)’로 돼 있다. 대우건설이 협력업체의 견적서를 발주처인 S-Oil에 청구해 공사대금을 받으면 그 대금을 협력업체에 넘겨주는 식이다대우건설은 S-OIL과 계약은 실비 정산 계약 (Cost Reimbursable Contract)이므로 발주처인 S-OIL에서 대금을 받아야 하청업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청업체 문제 원청업체가 해결해야

 

하지만 협력업체들은 시각이 다르다. 원청업체인 대우건설과 계약했으니 S-Oil과 상관없이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대우건설과 하도급 업체간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대금지급을 발주처와 연계하는 것은 중대한 하도급 계약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S-Oil에서 제기한 금액문제도 이미 대우건설과 협의한 사항임으로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이 S-Oil을 공사대금을 미루기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하며 협력업체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건설 관계자는 공사비는 대우건설이 공기를 맞춰야 한다며 현장인력을 충원하고 야간과 휴일에도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시켜 발생한 비용이라며 더군다나 42억원도 대우건설이 여러 차례 감액을 요구해 울며 겨자 먹기로 24억원을 감액한 금액인데 더 이상 낮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업체이자 계약업체인 대우건설을 이 사실을 모를리 없고 믿고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제 와서 발주처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우건설의 협력업체들이 반발한 이유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림산업의 경우 비슷한 상황임에도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S-Oil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 받기 전 경영난을 호소하는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일부 공사대금을 선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은 향후 S-Oil에게 해당 금액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건설업계는 대우건설의 대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계약대로 공사를 마무리했으면 원청업체에서 공사비를 지급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공사금액 증액 시 원청업체와 발주처에서 사전에 검증을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이유로 8개월째 미루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변화가 없자 협력업체들의 화살은 대우건설의 수장인 김형 사장에게로 향하는 모양새다. 올해 6월 취임 당시 김 사장은 하도급 문제를 없애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논란이 확대될 경우 김 사장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취임 반년도 안돼 하청업체 갑질 논란에 휩싸인다면 이미지에 좋을 게 없다건설업계에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김 사장이 직접 나서 타협을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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