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M 통해 모바일 체질 변환 성공…사행성 논란은 해결해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PC 역할수행게임(RPG) 명가 엔씨소프트가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리니지 등 인기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PC 플랫폼을 벗어나 모바일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리니지M 흥행 성공…모바일 체질 변환에 성공한 엔씨

엔씨는 지난 2016년부터 모바일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모바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6년 6월에는 중국 개발사 픽셀소프트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헌터스 어드벤처를 퍼블리싱해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엔씨는 게임 출시 약 2개월 전부터 헌터스어드벤처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26화 분량)을 유튜브와 네이버 TV캐스트 플랫폼에 선보여 고객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엔씨는 자사의 인기 IP 리니지를 통한 모바일시장 공략에 나섰다. 엔씨는 지난 2016년 12월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출시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 IP를 활용해 엔씨가 직접 개발한 모바일 RPG다. 기존 리니지 캐릭터와는 다르게 SD 형태의 캐릭터를 기본으로 하는 캐주얼한 외관이 특징이다.

엔씨는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시작으로 지난해 상반기 ‘파이널블레이드’, ‘프로야구 H2’ 등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6월 출시한 ‘리니지M’은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모바일 시장에서 엔씨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리니지M은 출시 이틀만에 국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하며 현재까지도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M은 출시 첫날부터 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출시 열흘만에 1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는 리니지M을 비롯한 모바일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조7587억원, 영업이익이 5850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의 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창립 후 처음이다. 게임업계에서 매출 1조 클럽 가입은 넥슨, 넷마블에 이어 세번째다.

엔씨는 게임 빅3 가운데 모바일 대응이 가장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리니지M이 메가히트를 기록하면서 오히려 지금은 모바일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엔씨가 모바일대응에 실패해 향후 위기를 맞을 것이란 말들이 나왔다”며 “엔씨는 리니지M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버렸다”고 밝혔다.

◇모바일 전념하는 엔씨…사행성 논란은 해결 과제

모바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엔씨는 현재 모바일게임 개발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씨는 지난 11월 신작 발표회를 통해 모바일 게임 5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게임은 ▲리니지2M ▲아이온2 ▲블레이드&소울 2 ▲블레이드&소울M ▲블레이드&소울S 등이다.

리니지2M은 엔씨가 20년 동안 리니지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쌓은 기술과 경험을 집약했다.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온2는 아이온의 후속작이다. 모바일 MMORPG로 아이온 IP의 새로운 넘버링 타이틀이다. 아이온의 천족과 마족 전쟁으로부터 900년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블레이드&소울2는 PC온라인 블레이드&소울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정식 후속작이다. 과거의 영웅들은 전설이 되고, 그 뒤를 이을 새로운 모험이 블소의 다음 스토리가 된다. 엔씨는 블레이드&소울M을 통해 원작의 감성과 재미 요소를 바탕으로 진화한 스토리, 전투, 그래픽 등을 선보일 방침이다. 블레이드&소울S는 원작인 PC온라인 블소의 3년 전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프리퀄(Prequel, 원작 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이다.

지난 신작 발표회에서 주목할 점은 엔씨가 콘솔과 PC 온라인 신작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PC 온라인게임 명가로 유명한 엔씨가 모바일게임만 소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바일게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엔씨가 지난해 리니지M으로 전례없는 흥행을 기록한 후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한다.

그러나 엔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리니지M이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엔씨의 속내는 그리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리니지M으로 대표되는 사행성 논란 때문이다. 엔씨가 리니지M을 통해 지난해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간의 월 결제 한도 차이 때문이다.

월 결제한도는 지난 2003년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과다 결제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된 제도다. 당초 게임업계가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왔으나 지난 2007년 설립된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를 위한 서류인 내용정보기술서에 관련 항목을 삽입하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거부해 오면서 사실상 정부 규제로 작용해왔다.

반면 모바일게임의 경우 월 결제한도가 없다. 이에 일부 인기게임의 경우, 유저들이 한달에 많게는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가 바로 리니지M이다.

특히 리니지M에서 판매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김 대표의 경우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 소환돼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문체위 소속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니지M으로 인해 사행성으로 폐해를 입은 이들이 있고, 실제 슬롯머신과 게임 속 확률형 게임에 유사한 모습이 있다”며 “온라인게임 에서는 한도가 있는데 모바일게임은 한도가 없다. 한도가 없으니 사행성으로 가는 속도가 빠르다며, 이런 부분을 사행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리니지M은 사행성을 유도하지 않는다”며 “리니지M은 금품을 취득하지 않고, 아이템은 게임을 위한 아이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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