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 수주 달성 청신호,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 단행…“양적 구조조정 한계 넘어 핵심 인력 확보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선업계의 수주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대형 조선사들이 올 연말 예정된 인력 구조조정 폭을 줄일지 주목된다. 다만 업계가 아직까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체 긴축에 나서는 모습은 현장 일선의 우려를 깊게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업계 경쟁력을 견인하기 위해 인력의 양적 구조조정을 넘어 다각적인 검토를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18일 대우조선해양이 오세아니아지역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수주하면서 올해 수주 목표치의 9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올해 LNG운반선 17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6척, 초대형컨테이너선 7척, 특수선 5척 등 총 45척 약 65억8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올해 목표액(73억달러) 달성에 다가가고 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이 올 연말 예정된 인력감축 규모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6년 마련한 자구계획안에서 2015년 12월 1만3199명의 인력을 올해 말까지 9000명 이하로 줄인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기준 총 직원수는 9933명으로, 올해 900명 이상의 감원이 예고됐다.

그러나 지난달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2년 지난 사이 회사의 상황이 많이 개선돼서 당초 예측했던 매출 실적을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과거 작은 매출 규모에 맞춰 계획했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회사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회사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적 구조조정을 유연하게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자구이행계획에 대한 실사 종료 후 채권단과 논의해 인력감축 폭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년간 조선업계서 발생한 인력 중심 구조조정으로 생산직 이탈이 가속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향후 조선사들의 건조 작업에 있어 인력 수급이 부족할 경우 안정적 생산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수주 실적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일방적으로 다시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형 조선사들이 향후 작업 과정에 따라 인력 수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이 요원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LNG선 14척, 컨테이너선 13척, 유조선 및 셔틀탱커 15척, 특수선 3척 등 모두 45척(약 55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올해 수주목표인 82억 달러 중 67%를 달성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생산직 중심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근속 7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진행돼 24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난 2016년 회사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 대로 감원할 경우 추가적으로 250명가량을 더 내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추가 접수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 빅3 중 올해 초과 목표를 달성한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8월 해양사업부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한차례 단행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들어 천연액화가스(LNG)운반선 25척, 액화석유가스(LPG) 15척을 비롯해 총 153척(약 133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하면서 연초 제시했던 조선부문 연간 수주 목표액 132억달러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그러나 해양사업부가 지난 2014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프로젝트 추진 이후 올해 10월까지 3년 넘도록 일감을 따내지 못하면서 소속 정규직 2600명 중 2000명가량이 유휴인력으로 분류됐다. 이에 올해 8월부터 9월말까지 해양사업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조기 정년신청을 접수해 3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시황 개선의 조짐은 두드러지지만 아직까지 이들 대형 조선사는 경영 안정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란 분위기다. 일감은 확보했지만 여전히 경영 실적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 3분기 영업손실 127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 이후 4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영업익 289억원으로 흑자전환됐지만 해양플랜트 부문의 체인지오더 체결과 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다. 대우조선은 영업익 1770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단 흑자 폭이 줄었다아울러 조선업 회계 특성상 수주 실적이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년가량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적자 늪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업계는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외형을 줄이고 긴축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선 장기화된 불황으로 인한 인력 이탈 현상이 향후 인력 수급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 2015년 12월 이후 3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 9월(10만5400명)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달 10만5900명으로 늘어나는 등 미미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말(20만3400명)에 비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일부 부문에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업체들이 일감에 맞춰서 필요한 인력을 적절하게 보유하거나,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조선업이 노동집약적 성격이 짙어 수년간 지속된 숙련공 이탈현상은 향후 업체의 생산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시황이 좋을 땐 항상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해왔기 때문에 양성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조선업계 인력 양성과 함께 지역 경제에 마중물을 붓기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단기적인 고용 지원에 나설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내년에만 약 140억원을 투입해 1760명가량의 전문 인력을 양성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단순 인건비 감축을 위한 양적 구조조정의 한계성을 지적한다. 주변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업계가 고부가가치산업을 이행하기 위해선 다각적 차원의 구조조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단순한 인력 감축에 한정된 구조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현행 수주 실적에 따라 수익을 맞추는 단순 구조조정을 넘어, 재무, 사업, 인력 등 전방위적 방향성을 고려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선 현행 구조조정 방향성에 대한 리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 지원책, 노사가 머리를 맞댈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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