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협력업체와 체결한 계약서 날짜와 실제 작업 날짜 달라…공정위 “작업 시점에 계약서 미교부 시 하도급법 저촉”

 

삼성중공업이 지난 2016년 한 협력업체와 체결한 계약서와 작업일보.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일자와 실제 작업날짜가 다르다. / 사진=시사저널e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갑질 핵심으로 지목되는 협력업체와의 선시공 후계약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원청이 협력업체에 공사를 먼저 시키고 나중에 계약서를 발급하는 선시공 후계약은 하도급법에 의해 금지된 내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지난달부터 조사 중에 있다.

 

18일 시사저널e가 입수한 삼성중공업과 한 협력업체 사이의 계약서 및 작업일보에 따르면, 협력업체가 실제 작업에 돌입한 날짜와 계약서가 체결된 시점이 다르다. ‘프로젝트 SN2089’의 최초 작업날짜는 2016328일인 반면,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일자는 2016520일이다. 게다가 계약기간은 같은 해 530일부터 627일까지로, 실제 작업이 계약기간보다 약 2개월 먼저 실시된 셈이다.

 

계약서 없이 공사를 시작하는 형태의 선시공 후계약은 하도급법으로 금지됐다. 하도급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 위탁내용, 위탁일 및 납품시기 등을 적은 계약서면을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발급해야 한다.

 

선시공 후계약은 공사 대금 후려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 조선사 협력업체들은 나중에 계약서를 받아보면 적자 수준의 공사 대금이 적혀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중공업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계약날짜가 실제 공사날짜와 맞지 않는다. 계약 따로, 공사 따로인 셈이라며 우리는 얼마를 받는지도 모르고 공사를 시작한다. 나중에 금액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지만 식구들 월급 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왜 그럼 애초부터 이런 식의 계약을 하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협력업체 입장에서 먼저 계약서 쓰자고 하면 원청은 다른 데 일감을 줘버린다. 이게 바로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선시공 후계약 사례가 밝혀져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12월 선시공 후계약 사실이 밝혀져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실제 공사 시점에 계약서가 발급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선시공 후계약이란 것은 작업이 실시된 시점에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하도급법에 저촉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선시공 후계약의혹에 대해선 현재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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