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상품권 리베이트 혐의, 감사원 판단 반영…올해는 추가 수사 더 없을 듯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동성제약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확인되며 일파만파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감사원이 통보한 세무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조단은 동성제약이 의·약사에게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성제약은 리베이트가 아닌 판촉비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올해 안으로 4개 제약사에 대한 추가 수사는 없을 전망이다. 

 

식약처 중조단은 지난 17일 동성제약을 기습적으로 방문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색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밤 11시 넘어서까지 이어졌으며, 중조단의 수사1팀부터 4팀까지 총 20여명의 수사관들이 투입됐다.  

 

동성제약 압수수색의 단초는 감사원이 제공

 

이번 동성제약 압수수색의 단초는 감사원이 제공했다. 

 

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종결한 제약사에 대한 법인통합조사 4건 결과를 점검, 그 결과를 지난 9월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국세청의 병원 대표자에 대한 개인통합조사에서 모 제약사가 거래금액의 25~40%를 할인해 총 2억3200만원의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당초 감사원이 서울국세청 조사2국과 조사4국이 진행한 세무조사 결과를 들여다본 제약사는 26곳이었다.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2곳​의 중형제약사가 26곳에 포함됐으나, 소명자료를 제출해 최종 4개 제약사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26개 제약사에 공문을 보내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한 후 4개 제약사로 압축한 것이다. 여기에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모 제약사가 추가돼 총 5개 제약사가 확정됐다.  

 

감사원은 이 5개 제약사가 총 270억원가량 리베이트를 의사와 약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 결과를 서울국세청은 물론 식약처에도 통보했다. 식약처가 제약사 제조품목 행정처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해 약사법 위반, 특히 리베이트 제공 여부를 확인한 후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행정처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감사 결과를 통보 받은 식약처 감사담당관실은 중조단에 배정했다. 중조단은 현직 검사가 파견 나와 근무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 소속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거나 압수수색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조단은 처음부터 수사의 벽에 부딪혔다. 당초 감사원이 통보한 감사 결과가 부족해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10월 말까지 본격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던 중조단이 12월 중순에야 동성제약 압수수색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중조단은 서울국세청을 압수해 5개 제약사 관련 세무조사 결과 자료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중조단 동향에 정통한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수개월 동안 동성제약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한 것으로 파악했다.

 

중조단은 수사1팀부터 수사4팀까지 구성돼있다. 의약품 업무는 수사3팀이 담당하며, 각 팀은 3~4명의 수사관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나갈 때는 전 직원이 출동하는 등 평상시에도 업무가 과중한 편이다. 

 

이처럼 중조단의 수사 준비와 자료 검토가 지속되자 5개 제약사 대상 본격 수사는 내년으로 이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중조단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연내 압수수색을 예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동성제약 리베이트 규모가 100억원대?

 

동성제약은 지난해 매출이 823억8500만원 규모인 중견 제약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55억원으로, 흑자로 전환됐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98억원 적자였다. 

 

동성제약은 지난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 사이에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 주체는 서울국세청 조사2국이다. 당시 조사 대상 기간은 2009~2013 회계연도였으며, 감사원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부분은 상품권이다. 

 

실제 이번 동성제약 건의 경우 의약품 납품을 조건으로 상품권을 의·약사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동성제약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공한 리베이트 규모는 100억원대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이 안 되는 중견제약사가 5년 동안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막대한 규모다.

 

이같은 혐의에 대해 동성제약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100억원 규모의 상품권은 거래하는 약국 등에 지급한 판촉비​라고 설명했다.  

 

4개 제약사에 추가 압수수색 있을까?

 

감사원이 지난 9월 공개한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국세청은 A제약사(조사대상 연도: 2009~2013년)가 148억5600만원의 상품권을 구입해 약사 등에게 지급했고, B제약사(조사대상 연도: 2011~2014년)는 의료장비를 임차해 병원 등에 무상 또는 저가로 임대함으로써 36억4600만원의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C제약사(조사대상 연도: 2011~2014년)와 D제약사(조사대상 연도: 2012~2014년)는 제품설명회 등을 개최하지 않고 약사 등에게 식대 등으로 189억7800만원을 대납한 사실을 확인하고, 제약사들의 비용 합계 374억8000만원 모두를 접대비로 봤다. 

 

분석해 보면 일단 A제약사는 동성제약으로 추측된다. B제약사는 다른 3개 제약사와는 달리 의료기기 관련 부분이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이익의 규모가 적은 편이다. 

 

감사원은 동성제약으로 추정되는 A제약사의 148억5600만원 상품권 중 의약품 도매업체에 지급된 사실이 확인된 44억6200만원을 제외한 103억9400만원은 세무조사 내용만으로도 약사법이 금지하는 리베이트 성격 이익으로 볼 여지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감사원 의지를 존중한 식약처 중조단이 동성제약을 첫 타깃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향후 식약처 중조단 조사의 핵심은 C제약사와 D제약사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이냐로 요약된다. 

 

C, D제약사의 경우는 법인카드로 결제된 식대 등 접대성 경비 지출 189억7800만원에 대해 약사법이 허용하는 비용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학술대회·임상시험·제품설명회 시 지원경비 등과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감사원이 요구했다. 하지만 두 제약사는 이 중 127억4700만원에 대해 서류 등을 제출하지 못했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 핵심은 접대비 관련 부분이다. 과거에는 한도 내에 있을 경우 대부분 접대비로 인정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수증 등 증빙자료가 없는 접대비를 리베이트로 판단하라는 감사원 입장이다.  

 

종합하면 감사원이 세무조사 결과만으로 리베이트로 판단한 동성제약은 식약처 중조단이 우선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제품설명회 등 접대비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2개 제약사의 경우 중조단이 어떤 식으로 수사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변수는 있다. 지난 17일자로 기존 안영진 식약처 중조단장이 본부 마약관리과장으로 발령 나고, 후임자에 홍헌우 본부 운영지원과장이 발령 받았다는 점이다. 신임 홍헌우 중조단장은 행정직 7급 출신이다. 그는 당분간 중조단 업무 파악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올 연말까지 중조단이 1개 제약사를 선택해 압수수색이나 자료 요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추가 수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은 “이미 5개 제약사가 업계에 다 알려지고 수사도 예고됐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아닌 소환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전격적으로 뒤집어졌다”면서 “연말과 연초 리베이트와 세무조사가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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