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소 잘못 인정한다는 의미”…변호인은 무죄 선고 요청

17일 제주4·3수형인 생존 피해자들이 재심 사건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전 제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제주 4.3사건 수형 피해자 18명에 대한 재심 형사재판에서 과거 검찰의 공소사실을 기각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검찰은 17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근방씨 등 4.3 수형 피해자 18명의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에 대한 재심청구사건 결심공판에서 공소기각을 구형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범죄의 일시, 장소 등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라고 판단했다과거의 기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수형자들의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법률적 기준과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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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 등의 변호인도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검찰의 공소기각 요청은 과거 자신들의 공소 제기가 부적법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공소기각의 판결은 유무죄 판결 과는 달리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양씨 등은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의 내란죄위반,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이적죄 등으로 1년~20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4.3사건 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에 의해 투옥돼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양씨 등은 제주4.3도민연대의 도움을 통해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지난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이 사건의 특징은 재심 청구의 근거가 되는 기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 입증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법회의 유일한 자료는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한 수형인 명부다.

당시 군법회의의 근거가 된 국방경비법 제81조, 83조에는 소송기록의 작성과 보존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공판조서와 예심조사서는 빠졌고 판결문 역시 작성되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기각 구형에 대해 양동윤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대표는 “70년 전 제주도에서 이뤄진 군사재판은 근거와 절차 모두 불법적인 재판이었다”라며 “피해자들은 불법적인 옥살이로 피해자들은 70년간 옥죄어 살아왔다. 그분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뒤에도 계속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재심과정에서 수형인들에게 위로와 잘못을 인정했다”라며 “검찰의 공소기각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대표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 수형자는 2530명에 달한다. 이중 양씨 등 18명이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 외에도 10여명의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다.

한편, 이 사건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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