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산업부 부품산업 활력제고안 발표‧현대차그룹 1조6728억원 상생 지원…“선제적 구조조정·중장기 로드맵 구축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해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진이 협력사의 경영난으로 가중되면서 민관이 부품업계 회생 의지를 결집하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부품산업 지원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부품 협력사에 대한 자금 및 개발 지원 강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 자금 수혈을 넘어 장기적 로드맵을 구축해 선제적으로 업계 구조를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오는 18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250여개 회원사들을 대표해 산업부에 시설투자 및 금융 지원을 요청한 데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업계선 정부가 경영 안정화, 금융 지원과 함께 노동 관련 제도 보완에 대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 기업도 ‘동반상생’을 내세워 부품산업에 긴급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중 65%가량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그룹 차원에서 1조6728억원을 투입해 부품 협력사에 대한 자금 및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지원 프로그램엔 중소 협력사에 대한 경영 안정화 자금 지원, 친환경차·미래차 부품 육성 교육‧연구 지원, 1~3차 협력사 상생결제 시스템 강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민관이 부품업계 회생에 대한 의지를 결집하는 이유는 올해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진이 협력사의 경영난으로 전가된 까닭이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513개 1차 부품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액은 전년 대비 31.4% 감소했으며, 영업적자 기업은 16개사가 증가한 98개사(19.2%)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0년 4.1%, 20153.6%, 20163.5%에서 지난해 2.4%로 뚝 떨어졌다지난 6월 현대차의 1차 협력사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데 이어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협력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업계 우려도 깊어졌다. 


부품업계는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생산량 급감, 지난 5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대외적 악재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중소 사업장의 경우 인건비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의 여파도 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지난해 국적 완성차 업체의 국내외 총 생산량은 816만대로, 2015년 대비 81만대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협력사들에겐 전년 대비 80만대가량 생산되지 못한 유휴 시설이 발생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전무이사는 “부품업계가 매출처를 다각화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해외 현지 공장을 갖춰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업체들에게 입찰자격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해외 업체 인수 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업계가 경영난에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임금’이 파란 불렀나… “폐쇄적 부품공급구조가 혁신 막았다” 지적도


이날 국회에서 개최된 ‘제조업 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문제 해법을 두고 중장기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국내 업계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쇄신하면서 그룹 계열화된 부품 수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완성차 업체는 낮은 R&D 투자와 더불어 부품업체의 저임금, 저이윤 등 낮은 부품 조달비용 구조에서 고임금 및 저생산성을 지탱해 온 것”이라며 “부품사들은 통상 3% 영업이익률을 내며 사업을 지속해왔으나 최근 1~2%대로 낮아지면서 경영난이 더욱 크게 불거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폐쇄적인 부품공급 체계가 업계 경쟁력을 가로막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원청과의 전속거래를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부품 수급 체계를 갖췄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추기엔 어려웠다는 비판이다. 

 

김철식 포스텍 연구조교수는 ”2000년대 이후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폐쇄적 부품공급체계는 기술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고 신속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지만, 내부 자원을 기업 외부로 전달하거나 외부의 보완적 역량을 조달하는 데엔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사실 부품사와 완성차의 계열화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다. 완성차에서 분리돼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존재한다”면서도 “향후 완성차 업체가 갖고 있던 주도권이 상실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부품사는 도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단기적으로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 네트워킹을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는 현상에 주목, 기업 간 협업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가 사후적 구조조정을 넘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구조조정이 사후적인 대책으로 가다보니 산업 생태계 개선보다 경영, 금융, 고용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항상 사후에 구조조정이 이뤄지다보니 이 같은 한계가 발생한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들을 구조조정 징후를 조기에 예견하는 시스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예의 주시하면서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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