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에 ‘안전’에 대한 구체적 내용 없어…전문가 “사고 근절 위해선 보다 철저한 관리 감독 필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 사진=연합뉴스


 

최근 포스코 작업 현장에서 산업 재해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안전을 경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철소 특성상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데도 최 회장의 개혁과제 주요 내용에 안전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에서는 이달 들어 이틀 간 총 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광양제철소 연주 수리공장에서 한 근로자의 광대뼈가 함몰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같은 날 포항제철소 냉연공장에서는 또 다른 근로자가 압연롤에 협착됐다. 다음날인 12일에는 포항제철소 코크스공장에서는 한 근로자가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압연롤 협착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현재 의식을 회복해 호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당 근로자는 의식을 회복해 가족이랑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고 전했다.

 

올해 포스코 제철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13건이다. 6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 12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집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포스코가 안전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포스코의 수장을 새로 맡은 최정우 회장이 실적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느라 안전은 등한시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최근 발표된 포스코 개혁과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15일 취임 100일째를 맞아 포스코 100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는데, 개혁과제 주요 내용은 경영과 성장 그리고 기업문화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안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월 질식사고가 발생한 직후 예산과 인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고, 현재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100대 개혁과제는 크게 비즈니스’, ‘피플’, ‘소사이어티’ 3가지 키워드로 구성되는데, 이중 피플부분에 안전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답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안전에 대한 투자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스코 한 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는 “1월 사고 이후 포스코가 안전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협력사별로 안전관리자들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확대했고, 안전관리자 임원에 월급도 더 주는 형식이다면서도 그럼에도 사고가 자꾸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가 개최하는 안전 캠페인이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노조 관계자는 포스코가 연례 행사처럼 안전다짐 행사를 펼치고 있지만 이는 단지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 근무 현장에서 시스템적으로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 117일에 포스코패밀리 안전 SSS 다짐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회장이던 권오준 회장은 안전에 대한 예방과 대책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돼야 한다며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짐대회가 개최된 지 단 8일 만인 125일에 질소가스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최정우 회장 역시 지난 105일 포스코 안전다짐대회를 개최하고 안전은 그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했지만, 2달여가 지난 후 안전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 투자가 실효를 보려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단지 안전관리자를 더 늘린다고 해서 안전사고를 근절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본사 직원이 안전 확인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협력업체들 안전도 모두 본사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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