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 순매수 상위 종목에 한국전력·현대차·현대모비스·삼성중공업 포진 주목

유가증권시장 기준. / 자료=한국거래소.

 

국내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 그동안 소외됐던 유틸리티, 자동차, 조선 업종의 대표주를 사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내년 이들 업종의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점이 연기금의 움직임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기관투자가인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한국전력을 35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의 순매수 종목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1~14일만 하더라도 연기금 순매수 16위에 있던 종목이었다. 연기금은 이달 13일을 제외하곤 이달들어 연일 한국전력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은 그동안 실적 부진에다 정보통신기술(IT) 업종 등 주도주에 가려 큰 폭으로 내렸었다. 지난해 12월 14일 3만8700원이었던 한국전력 주가는 올해 10월 11일 장중 2만3850원까지 내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탓이었다. 실제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1조395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실적이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한전이 올해 92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2조99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유가 하락, 석탄 가격 하락으로 비용절감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원전의 경우 내년 가동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에 대한 투심이 살아났고 주가는 이달 3일 29850원에 시작해 이달 14일 3만2600원까지 상승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4위와 5위 종목인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실적 부진에 따라 시장에서 소외돼 왔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2889억원을 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를 벗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줄어든 어닝 쇼크였다. 동시에 주가도 내리면서 지난달 22일 52주 장중 신저가인 9만2500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14일만 하더라도 15만500원을 기록했었다. 현대차 부품업체로 현대차 실적과 관계성이 높은 현대모비스 역시 3분기 어닝쇼크로 지난 11월 23일 장중 16만5000원을 나타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3분기 실적이 바닥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실적개선 기대감이 나타났다. 현대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90 등 올해 4분기 들어서 연이은 신차를 낸 데다 그 반응도 나쁘지 않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예약판매 2주간 2만506대를 계약해 국내 대형 SUV 연간 수요의 50%가량을 흡수했다. 여기에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에 대한 기대도 곁들여지면서 실적 반등에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연기금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이달들어 246억원, 23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14일 기준 각각 11만6500원, 19만9000원을 기록해 52주 신저가 대비 25.9%, 20.6% 상승했다.

연기금은 삼성중공업도 집중매수했다. 이달들어 연기금의 삼성중공업 순매수 규모는 211억원으로 상위 6위에 해당한다. 조선업에 속한 삼성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조선산업 침체 영향에 실적 부진을 겪었다. 주가 역시 지난 7월 기준 5000원대로 2010년대 초반 호황기 3만원 때와 비교해 크게 내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연이은 수주 소식이 들리면서 내년 업황 회복 기대감이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연기금이 움직인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주도주였던 IT 업종은 상대적으로 내년 전망이 밝지 않은데 반해 조선업은 바닥을 찍었다는 긍정적인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틸리티는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경기 방어주로도 연기금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엔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도 내포돼 있다”며 “다만 내년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이 실제 실적으로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고 밝혔다.  

 

이달 기관 순매수 3위 종목인 한국전력 주가 흐름. / 그래프=키움증권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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