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로 기업 동의나 합의 후 가산금리 인상은 유효”

명동에 위치한 옛 외환은행 본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고객 동의 없이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해 이자를 불법으로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옛 외환은행이 무죄를 확정받은 데 이어 피해를 주장한 회사들과의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15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동아중공업 등 중공업 5곳이 하나은행(옛 외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출금리 조작사건은 2007년~2012년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전산 조작을 통해 고객 4800여명의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해 30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검찰은 외환은행이 고객 몰래 금리를 올렸다며 임직원 7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추가약정서 등 서면통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객 동의가 없었다거나 아무런 통지 절차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이후 동아중공업 등은 지난 2008년~2010년에 외환은행이 임의로 가산금리를 올려 이자를 불법으로 받았다면서 총 2억7400여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지난 2016년 5월에 제기했다.

이들은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내에서 선박구조물제조업 등을 하는 중소기업들이다. 2007년부터 외환은행과 여신거래를 해왔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에 합병했다.

원고들은 “외환은행이 가산금리 인상 당시 추가약정서를 작성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으며 이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다”며 “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외환은행이 추가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자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들 재판부는 “외환은행이 여신거래에 대해 약관에 따라 기준금리뿐만 아니라 가산금리를 변경할 권한이 인정된다”며 “외환은행이 구두로라도 기업 동의를 받거나 합의해 가산금리를 인상했다면 이는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 금리인상에 관한 추가 약정서의 작성이나 개별 통지가 가산금리 인상의 효력요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외환은행이 이들과 추가약정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해도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법률상 승인 없이 각 이자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임의로 가산금리를 인상한 후 그에 따른 가산금리를 받았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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