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방향 모색해야…전문가 “택시 규제 완화 없이는 기울어진 운동장”

지난 10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최모 씨의 분향소가 12일 국회 앞에 설치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이 연신 좌초되면서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플랫폼 간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카풀을 도입하기 전에 택시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택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규제를 풀어 평등한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카풀 서비스 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풀 서비스 사업에 대해 택시 업계, 정부, 국회 등과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택시 기사들은 물론 이용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고민 끝에 카풀 정식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한 발짝 물러섰음에도 택시 업계의 반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택시업계 자체는 카풀 서비스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택시단체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출시 일정을 조금 뒤로 미뤘다고 분위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연기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며칠 뒤면 내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택시가 카풀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택시의 본질적, 고질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카풀 서비스는 해당되는 규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를 받는 택시와 경쟁하면 택시 업계에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동디자인학과 교수는 “옳고 그름의 잣대보다는 택시가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본질적인 문제부터 살펴봐야 한다”면서 “카풀 플랫폼들이 주장하는 것이 소비자들이 택시를 많이 필요로 할 때 택시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택시 공급 여력은 충분하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거다. 개인 택시기사들이 야간을 비선호하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을 감당해야 하니까 장거리를 선호하면서 빚어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예약을 받으면서 오히려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가 더 심해지기도 했다”며 “카풀이 언젠가는 도입이 될 텐데 우리 사회가 합의를 봐서 카풀하고 택시가 비슷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택시가 카풀 서비스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요금 규제를 풀고 디자인, 합승 등에 있어서도 카풀과 같은 조건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현 상태로 택시와 카풀이 맞붙으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경쟁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택시 업계가 반대를 하는 것”이라며 “카풀 쪽에 유리한 조항을 끌어내리든지 택시에 불리한 규제를 완화하든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택시는 사양 산업으로 많이 불린다. 예전에는 괜찮은 산업이었으니 새로운 서비스에 밀려 점점 내리막을 걷고 있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택시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서비스를 해왔고 승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변화하지는 못했다.

택시 규제가 완화되면 요금이 세분화되고 택시 업체별로 다양한 디자인과 콘셉트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목적지로 향하기만 하는 택시에서 나아가 아침에 샌드위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형 택시로 변화하거나 아이들만 태우는 택시, 여성만 태우는 택시, 기업 로고를 래핑해서 광고하는 택시 등 다채로운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승차공유 플랫폼 업계는 택시 기사의 완전 월급제와 요금 다양화 등을 제안했다. 또 플랫폼이 벌어들이는 수익 일부를 기존 택시 사업자들에게 복지기금 형식으로 적립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택시 면허의 10% 정도를 카풀 드라이버 면허로 허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 플랫폼을 활용하면 택시가 화물을 운송하거나 꽃, 케이크를 배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택시 단체 반응은 싸늘하다. 택시 업계는 10년 전에도 나왔던 이야기라며 그만큼 오래 전부터 요구 된 상황이지만 시행되지 못한 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거론되는 방안이라는 뜻이다. 여러 이유를 들어 결국에는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택시 업계의 생각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측은 전액관리제, 도급제에 대한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법에 따르면 기사가 승객에게 받은 요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규제들이 오히려 경영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천편일률적인 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외국에는 리스제도 보편화돼 있는데 우리는 도급제이기 때문에 면허가 비싸고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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