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영향 준 삼성바이오 회계 기준 변경…이재용에 ‘불똥’ 가능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그 대상에 삼성물산까지 포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기준 변경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인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전날 오후 4시부터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안진회계법인·삼정회계법인 등 회계법인 4곳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한 배경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까지 살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고,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 유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판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단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기준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높다는 의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의심의 배경은 이렇다. 2011년 삼성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다.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옛 삼성물산이 출자금을 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2014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전은 2015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지분 가치를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하면서 돌연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는 순식간에 4조5000억원이 늘어난 5조원으로 평가됐다.

일련의 과정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교환 비율은 1:0.35로 결정됐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흑자전환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당시 제일모직 지분의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물산의 주식이 전혀 없던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역시 검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증선위는 6개월간 심의를 진행한 끝에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1심은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으나 오직 합병만을 위해 이러한 뇌물수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에 4년으로 감형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삼성물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점으로 미뤄볼 때 이미 분식회계와 합병 사이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소명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필요해서 영장을 청구했을 뿐”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당시 회사는 상장 자격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며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게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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