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 보유 해외계열사 ‘통제권 밖’…정부여당, 총수일가 20% 이상 보유 해외계열사 공시 추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회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의 규제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국내 계열사와 해외 계열사 간 거래 내역을 공시하고 있지만,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는 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당정청은 12월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 보유 해외계열사는 모두 공시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자산 5조원 이상 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특수관계인과 자본금 5% 또는 50억원 이상 거래를 할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 내부거래 현황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제재를 받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공시 위반 사례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KT와 포스코 소속 9개사가 14건의 내부거래 공시의무를 위반해 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현대와 현대백화점 등 3개 기업집단이 내부거래 공시위반으로 공정위로부터 총 12억원을 넘는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부영의 경우 계열회사 사이에 자금거래를 하면서 공시를 하지 않은 거래가 192건이었고, 현대는 5개사에서 6건, 현대백화점은 2개사에서 2건의 위반사항이 드러났다.

올 상반기 내부거래 공시 범위에 ‘해외계열사’가 포함되느냐 여부가 논란이 됐었지만 공정위가 “현행 법률상 해외계열사와 내부거래를 공시하는 게 맞다”고 해석하면서 논란은 단숨에 진화됐다.

 

그러나 총수일가가 보유한 해외계열사의 경우 편법적 자산을 늘리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음에도 규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대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회사라도 버젓이 올려놓는 감사보고서에 올려놓는 경우도 봤다”면서 “해당 유령회사가 총수일가의 지분이 있는지는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해외계열사 규제가 들어가게 된 계기는 ‘롯데 사태’가 결정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광윤사와 L투자회사 같은 일본 계열사가 국내 롯데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롯데 총수일가가 일본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롯데 총수일가는 자신들과 관련없는 '기타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허위보고 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총수일가의 해외계열사 지분 현황을 전적으로 기업에서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계열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국내처럼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외계열사 제재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큰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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