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항공사, 전년比 매출 상승·외형 성장 지속…지상조업사는 종속적 하청구조에 업무 가중‧인력난 심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항공사들이 양적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하청 계약을 수행하는 지상조업사엔 이 같은 실적 수혜가 돌아가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현장 일선에선 늘어가는 항공편에 반해 인력 및 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업무 가중이 심화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는 항공사가 자회사인 지상조업사에 하청을 주는 수직적 구조가 업계 전반에 굳어지면서 지상직의 근로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고질적 인력 수급난은 항공보안을 위협하는 문제로도 직결될 수 있어 민관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3분기 국적 항공사들의 매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9조725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5조978억원의 누적 매출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고유가, 환율 악재에 수익성은 다소 타격을 받았으나, 매월 경신하는 항공 여객 실적에 외형 키우기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항공 여객 호조세는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도 고루 돌아갔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한 9419억원을 기록해 연 매출 1조원 달성이 가시화됐다. 국토부의 사업 제재를 받고 있는 진에어조차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7819억원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업계선 항공사들이 수년간 공격적인 기단 및 노선을 확대한 까닭에 외형 성장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나날이 몸집을 키우는 항공사와 달리 하청계약을 맺는 지상조업사들에겐 이 같은 실적 수혜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근로 현장 일선에선 늘어나는 운항편에 비해 인력 및 장비 확충이 더뎌 기존 인력을 중심으로 ‘쥐어짜기식​ 운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운수노동조합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지상조업사 근로자들은 점차 악화하는 근로 환경에 대한 우려를 성토했다. 

 

대한항공 항공편의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의 한 직원은 “현재 회사에 인턴 아니면 고연차 뿐, ‘중간층’이 없다. 인력 수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항공기와 운항편만 늘어나니까 그전보다 시간 외 근로가 상당히 잦아진 상황이다”며 “현재 공항은 포화상태다. 한국공항이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아니라 독립 회사였고 경쟁을 통해 계약을 따게 된다면 처우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상조업사 한국공항이 처리한 지상조업 항공편수는 2011년 14만4123편수에서 2017년 18만3360편수로 27.2%가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공항의 인력은 3007명에서 2961명으로 줄면서 인력난이 가속됐다.

 

이영수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 전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지상조업직의 열악한 근로 환경, 인력 쥐어짜기식 경영은 항공업계 전반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지상조업직은 여전히 법률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사각지대 직종”이라며 “항공기 수요가 늘면 항공기의 항공기가 도착해서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기까지 지상에 체류하는 그라운드 타임도 늘어난다. 지상조업 인력과 장비 등 확충이 필요한데, 지상조업사는 폐쇄적인 하청구조로 인해 쥐어짜기식 운영에 노출된 상황이다. 상위 업체의 경영전략도 지상조업 노동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동계에선 항공사인 원청이 자회사인 1, 2차 협력사와 재하청을 맺는 수직적 구조에서 노동시간 연장, 비정규직 및 외주화 확대 등 노동 유연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추구하기 쉬운 구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상조업사들이 항공사로부터 안정적인 일감 수급을 받는 대신 저비용 임금으로 인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적 항공사들은 대부분 자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여객운송 등 지상직 인력을 공급받고 있다. 자회사로부터 인력 수급을 받을 경우 미리 확정된 운항 스케줄에 따라 업무를 분담하는 등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진에어는 에어코리아, 아시아나항공 및 계열 항공사는 KA 등,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포트, 제주항공은 JAS 등과 계약을 맺고 지상조업 업무를 일임한다. 

 

특히 양대 국적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자회사인 한국공항(지분 60%), 아시아나에어포트(지분 100%)와 계약을 맺고 지상조업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한국공항, 아시아나에어포트는 각각 에어코리아와 KA 등에 재하청을 준다. 한국공항과 금호아시아나재단이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한 에어코리아, KA 등은 매출액 중 급여가 차지하는 비율이 75%가량 달하는 등 전형적인 인력 공급 업체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수직적 재하청 관계로 엮일수록 말단 하청사는 열악한 근로환경, 처우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이다. 장석우 노동자기업경영분석실 변호사는 “항공사 지상조업서비스는 별 자본 투자없이 인력공급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업종에 해당한다. 매출액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말단 협력사로 갈수록 매우 높아지고 급여수준은 열악해진다”며 “1차 지상조업사가 모회사의 우산 아래서 2차 협력사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충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상조업사 직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과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현장 일선에선 고질적인 인력난이 항공 보안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LCC 소속 지상조업사의 한 직원은 “신규 인력 10명을 뽑으면 교육 기간을 거치는 동안 기존 인력 8명이 열악한 근로 환경을 호소하며 퇴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내년 주 52시간 근로 도입을 앞두고 회사가 강제로 연차를 소진케 해 근무 인원이 더 부족해졌다. 일주일 내내 탑승게이트에 1명이 3명분이 하는 일을 처리하게 한 적도 있다. 그런 운항편들은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이리 저리 뛰는 동안 10~15분씩 출발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언제 위험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노동계 전문가들은 지상조업사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 하는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원청과 계열사의 공정한 이익 분배를 위해 제도화, 입법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노종화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현재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기업 집단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계열회사, 하청회사들도 기업집단 내에서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제도적으론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취지의 상법 등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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