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덕에 벤츠 독주체제 공고…아우디‧폴크스바겐 성공적 복귀와 일본車 꾸준한 성장

국내 수입차 시장은 10년 새 4배나 커졌다. 20086만대 규모에서 25만대로 훌쩍 자랐다. ‘수입차 열풍이란 표현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수입차 시장은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며 사정없이 몸집을 불려 나갔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린 수입차는 총 24255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13.0%나 성장했다.

 

성장과 경쟁은 부작용을 불렀다. 차가 잘 팔리니 결함과 문제엔 둔감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BMW 화재로 구체화했다. 불은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었다. 긴급 리콜과 차량 정비에도 계속 불이 났다.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는 판매량 저하로 이어졌고, 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 경쟁 판도를 바꿨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벤츠-BMW, 양강 구도 깨졌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는 벤츠 추격에 여념이 없었다. BMW1월부터 6월까지 총 34568대를 판매해 벤츠(41069)와 격차를 6501대까지 좁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8725대 차이가 났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시장에 복귀했지만 영향력은 아직 미비했다. 벤츠와 BMW6월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각각 29.3%, 24.7%의 점유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BMW 화재 논란은 벤츠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BMW의 실적 그래프는 화재가 본격화한 6월 이후 고개 들지 못했다. 64196대에서 73959, 82383, 92052대로 판매가 급감했다. 102131, 112476대로 소폭 반등했지만 같은 기간 벤츠는 각각 6371, 7208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벤츠(64325)BMW(47569)의 격차는 16756대까지 벌어졌다.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BMW가 선두 싸움에서 뒤처지는 동안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시장 2년 동안의 공백을 메우는 데 주력했다. 아우디는 A3, 폴크스바겐은 파사트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내놨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아우디는 9A32247대나 팔며 한시적이지만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폴크스바겐도 같은 달 파사트를 1912대 판매하며 아우디에 이은 시장 2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 폴크스바겐은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 기준 4, 아우디는 5위로 복귀했다.

 

일본의 확실하고 안전한 하이브리드 전략

 

일본차 브랜드에게 하이브리드차량은 안전하고 확실한 전략이다. 꾸준히 상승하는 친환경차 인기는 시장 확장의 탄탄한 버팀목이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주요 일본 브랜드들은 모두 뛰어난 하이브리드차량 기술력을 앞세워 고유의 시장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전년 대비 판매량을 42.6%나 끌어올렸다. 올 들어 11월까지 15196대를 팔았다. 토요타 실적 상승은 중형 세단 캠리가 이끌었다. 지난해 103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된 캠리는 올해에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782대에 달했다. 토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차량 프리우스 역시 매달 200대가량 팔리며 캠리 뒤를 받쳤고, 그 결과 토요타는 수입차 시장 3위에 올랐다.

 

렉서스는 하반기 ES300h 출시로 반전을 연출했다. 10월에 시장에 나온 ES300h는 곧장 1635대나 팔렸다. 11월에도 1430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올해 렉서스의 성적은 ES300h 출시 전과 이후로 나뉜다. 9월 까지 누적판매량은 전년 대비 14.9% 적었지만, ES300h 판매 호조 덕에 전체 실적도 11월 기준 지난해보다 4.6% 성장했다.

 

혼다는 토요타와 렉서스에 비해 다소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신형 어코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정우영 혼다 대표는 지난 5월 어코드 출시와 함께 목표 판매량을 6000대로 잡았으나, 11월까지 어코드의 누적 판매량은 3856대에 그쳤다. 토요타 캠리와의 경쟁에서 다소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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