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로 수도권 쏠림 가속화”…하방요인 산재, 내년 전망도 어두워

전국의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7년여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이 급등하는 동안 지방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낸 탓이다. 정부가 실시한 규제책으로 인해 수도권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지방은 지역경기 침체, 공급과잉 등 하방요인이 산재해 내년에도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은 소폭 상승세가 예상되면서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3KB부동산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은 지난해(4.9) 대비 1.5 오른 6.4로 조사됐다. 이는 20117(6.1) 이후 75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5를 맴돌던 비율이 최근 1년 새 치솟은 것이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주택가격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간 가격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5분위 평균 아파트가격·5분위 비율 변화 추이(출처:KB부동산)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지난달 전국 하위20%(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11413만원으로 지난해 11월 대비 3.9%(457만원) 떨어졌다. 반면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은 796만원으로 1년 전(58785만원)보다 19.2%(11301만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최근 1년간 아파트값 추이를 보면 서울(9.1%)을 포함한 수도권은 3.9% 상승했지만 울산(-9.2%)·부산(-3.3%) 등 지방은 2.9%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 등 고강도 규제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희소가치가 높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쏠리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양도소득세 중과 같은 다주택자 규제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만들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수요 쏠림을 부추겼다반면 지방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집값 하락 우려에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양상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대구, 광주 등 한동안 오름세를 나타냈던 일부 지역 외에는 공급과잉, 경기 침체 등이 이어져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남의 주택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36% 떨어졌고 울산은 6.04% 하락했다. 서울(6.18%), 수도권(3.24%)과 대조적이다.

 

미분양 물량도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 10월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6679가구로 전달 대비 12.7% 감소했지만 지방은 53823가구로 1.7% 증가했다. 특히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전국 미분양의 88.9%를 차지한다. 이 중 악성 재고인 준공 후 미분양은 13146호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전망은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19년 주택시장 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서울 아파트가 1.6% 오를 때 지방 아파트는 1.8%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수도권 매매가격은 서울지역의 강세로 전체적으로 미미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지방은 누적된 공급과잉과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가격 하방 요인으로 가격 하락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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