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경제상황 인식 속 ‘가시적 효과’에 방점…핵심 정책 ‘수정 가능’ 신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인 ‘홍남기 호’가 실질적 행보를 시작하면서 정부의 경제인식과 대응 등에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정부 출범 이후의 고용실패에 대해 인정하고, 최저임금 정책 ‘속도조절’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오는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인 내년도 경제정책은 ‘가시적 효과’에 방점을 찍은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제히 현재의 ‘엄중한 경제상황’에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례보고에 앞선 여러 공식석상에서 국민 개개인의 삶에 경제지표 상승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일자리 정책의 성과를 강력히 주문해 왔다.

홍 부총리도 경제활력 대책회의와 기자간담회 등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장률과 고용, 분배 개선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민간경제 활력제고‧기업 고용 창출력 확충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투자‧민간기업 지원 등 내년 일자리 문제에 다양한 방식의 ‘총력전’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서 민간 경제 살리기를 위해 우선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타격을 주고 있는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세밀한 검토와 함께 ‘속도조절론’을 비롯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압박으로 인한 실직 일용직 등을 면접 조사해 실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효과‧영향 등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고, 홍 부총리도 ‘속도조절론’을 언급하며 내년 1분기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같은 발언들은 지난 ‘1기 경제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판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당시 경제팀은 최저임금 정책과 관련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당사자들과 야당의 지적은 ‘일부’에 해당하는 문제고, 다른 일부에서는 긍정적 효과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정책 유지를 고집해왔다.

하지만 ‘2기 경제팀’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의 경제 분야 성과를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서도 수정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정책이 수정될 경우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에 대한 설득이 최대 관건이다. 최저임금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경우​탄력근무제 확대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노동계가 정부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과 대응 관련 정부의 변화에 대해 정치권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강조해왔던 경제 정책이 아직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을 달래고, 실질적으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여당으로서는 구체적 대책이 나오면 발맞춰 성공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야당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던 문제를 이제야 ‘조금씩’ 인정하는 듯하다”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새 경제정책에는 여론을 제대로 수용해 많은 부분 수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기 경제팀’은 지난 경제팀과는 달리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효율적인 경제정책을 피겠다는 의지를 부각시키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경제투톱’ 체제로 평가받았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지속됐던 ‘갈등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현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경제팀은 신임 부총리 중심의 ‘원팀’으로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고, 홍 부총리가 제안한 ‘격주 정례보고’‧‘경제 관계 장관‧청와대 수석 참석 조율모임’ 등도 모두 수용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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