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택시규제 해소가 우선…혁신 통해 카풀과 경쟁하게 해야”

지난 10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한 택시기사 최모 씨의 분향소가 12일 국회 앞에 설치됐다. 택시단체 회원들이 분향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카풀 사업이 국내 시장에서 또 다시 거센 역풍을 만났다. 오는 17일 정식 카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기사가 이에 반대해 분신 사망하면서 서비스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카풀 시장의 개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택시 업계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이유로 카풀에 크게 반발하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사저널이코노미는 2회에 걸쳐 카카오카풀을 바라보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시각과 함께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택시 단체들이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카풀 척결을 위한 철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천막농성장에는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최우기 열사 분향소’가 설치됐고, 택시 4개 단체가 돌아가며 철야농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20일 택시업계는 끝장집회도 추진한다. 택시 4개 단체는 지난 11일 열린 제7차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전 조직을 동원한 10만명 규모의 제3차 결의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택시업계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분신으로 인해 택시기사들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며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단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고 카카오와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정식서비스 출시 날짜까지 발표하면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 같다. 현장의 분위기는 말포 표현할 수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택시 단체들은 정부가 나서서 현행법에 따라 카풀 서비스를 금지하는 방향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명확하게 규정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택시 단체들은 전통적인 직장 동료, 이웃, 지인 간 카풀이 아닌 운행대가를 지불받는 카풀은 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일정 등을 포함해 정부, 국회, 업계와 깊게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여러 곳과 의견을 나누고 논의,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 논의를 마칠 수 있을지는 단정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흐름 속 카풀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존 택시업계 충격을 줄이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차공유 업계는 승차공유와 택시가 대립각을 세울 문제가 아니라 택시의 오래된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안을 택시와 카풀의 대결 구도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법과 제도로는 조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판을 어떻게 짤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빌리티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기본적인 지향점이기 때문에 택시 대 카풀의 대결 구도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쇄국정책으로 빗장을 걸어놓는데는 한계가 있다. 택시에는 오래 묵은 택시 면허, 사납금, 규제 등의 문제가 있다”며 “카풀이냐 택시냐를 놓고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과의 갈등은 4차산업혁명이 활성화되면 점점 더 심화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좀 더 생산적으로 확산적인,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진입하면 그때의 충격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 강경한 글로벌 업체가 들어오면 그들은 국내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라며 “택시를 얽매는 규제를 풀고 변화해서 카풀 서비스들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풀 시장의 개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법적 공방과 무관하게 국내 승차공유 시장은 다양한 법률 해석,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 등에 힘입어 가파르게 개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승차 공유 서비스의 최대 화두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였다고 분석하며 출시 한 달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10만건 돌파, 일 호출 건수 역시 초기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카풀 시장의 기존 업체들부터 스타트업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카풀이 진입할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카풀을 시작으로 내년‘즉시배차’, ‘카카오 스마트버스’, ‘카카오 자전거’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어 본격적인 수익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동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이용편의 측면이 아니라 사회 전체 측면에서 카풀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권 교수는 “이용자 측면에서는 카풀이 저렴하고 깨끗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오히려 교통량을 늘려서 환경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있기 때문에 이런 자라에서는 카풀 서비스가 불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카풀이 필요한 나라는 소득 대비 택시비가 턱 없이 비싸거나 자동차 보급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라인데 우리나라는 두 상황 모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권 교수 역시 카풀이 언젠가는 도입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택시 규제를 완화해서 택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금 다양화, 디자인 다양화 등 세분화를 통해 택시 업체별 특성을 갖고 승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면 카풀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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