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중 현대‧기아차 점유 비중 77.1%…마이너 3사는 엎치락뒤치락 순위싸움

올 한 해 내수 시장에서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내놓는 신차 마다 흥행에 성공하며 내수 독주 체제를 굳힌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극심한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사이 쌍용차는 틈새를 파고들어 3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모두 1379521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84148대가 팔린 것을 고려하면 판매량은 0.3% 소폭 줄어들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신차 공세로 시장 확장한 현대기아차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올해 판매한 전체 차량 중 현대기아차의 판매 비중은 77.1%에 달한다. 전년 동기 74.1%와 비교하면 3% 포인트나 올랐다. 내수 시장 침체로 시장 규모가 다소 작아지는 와중에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와 비교해 판매량을 각각 3.3%, 3% 끌어올렸다.

 

현대차 내수 확장 선봉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자리했다. 2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돼 시장에 나온 싼타페는 즉각 반향을 일으켰다. 출시 이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1만대 이상 판매고를 달성했다. 싼타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소형 SUV 열풍을 중형 SUV 시장까지 끌어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달에도 9001대가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증명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준중형 세단 아반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지난달 아반떼 판매량은 6243대로 페이스리프트 전인 전년 동월 7183대와 비교해서도 판매량이 13.1%나 빠졌다. 전월에 비해서는 13.6% 감소하며 신차효과도 사그라지고 있다. 업계에선 파격적이라 평가 받은 화살눈 헤드램프 디자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차는 올해 목표로 세웠던 K시리즈 부활을 성공시켰다. SUV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승용 세단 신차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RV(레저용차량)에 쏠려 있던 무게 중심을 승용차량에 적절히 배분했다. 새롭게 재편한 K시리즈에 힘입어 기아차 승용차량의 누적 판매는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RV 상품들의 판매는 2.6% 줄어들었다.

 

K시리즈 부활에는 중형 세단 K5가 앞장섰다. 1월 페이스리프트된 K5는 올해 누적 기준 43685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5.4% 늘었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 쏘나타에 밀려 불안하던 입지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 2월 풀체인지를 거친 K3의 약진은 더욱 돋보였다. 지난달까지 총 41317대의 판매량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0%나 시장을 확장했다.

 

대형 세단 K9K 시리즈 부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이 129대에 머물던 K9은 올해 풀체인지를 거친 후 매 월 1000대를 훌쩍 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 51705대로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61661, 71455, 81204대 등 판매가 다소 감소세에 있지만, 지난달에도 1073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여전한 인기를 보였다. 특히 기아차라는 브랜드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엎치락뒤치락 마이너 3

 

현대기아차가 독주 체제를 갖추는 사이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은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였다. 지난해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내수 3위에 자리했던 한국GM은 올 초 불거진 한국시장 철수설에 시달리며 4위로 밀려났고, 쌍용차가 그 사이를 치고 올라가 3위를 꿰찼다. 르노삼성은 신차 가뭄과 모델 노후화가 맞물려 꼴찌로 주저앉았다.

 

한국GM의 판매 감소는 올 1월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에도 1만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던 한국GM의 판매량은 올 17800여대로 떨어진 이후 단 한 번도 1만대 회복에 성공하지 못했다. 철수설이 극으로 치닫던 3월에는 판매량이 약 530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GM은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해 5월에는 경차 스파크 풀체인지 모델, 6월에는 중형 SUV 이쿼녹스를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스파크의 지난달 판매량은 3965대로 전년 동월 3731대에서 6.3% 증가했지만 완전변경 치고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다. 무엇보다 야심차게 출시한 이쿼녹스의 실패는 한국GM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출시 예정인 스포츠카 카마로와 대형 SUV 트래버스 성적에 향후 전망이 달렸다.

 

르노삼성은 올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와 상용차 마스터를 선보였다. 마스터가 상용차인 데다 물량이 한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신차는 클리오 한 모델뿐이었던 셈이다. 클리오는 지난 2017년부터 국내 출시설이 나돌았으나 연거푸 연기되며 올해 5월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출시설로 기대를 모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클리오는 월 평균 목표 판매량을 1000대로 잡았으나 지난달에는 354대 팔리는 데 그쳐 그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쌍용차는 마이너 3사 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 확대에 성공했다. 쌍용차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984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2.6% 증가했다. 소년 가장으로 불리던 소형 SUV 티볼리 판매가 22% 줄긴 했지만, 그 공백을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가 채우고도 남았다. 렉스턴 스포츠는 올해 출시 이후 37000여대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티볼리와 쌍용차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코란도투리스모와 코란도C 등 주력 모델 이외 차량들의 부진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는 순위 다툼보다는 신차 성공 여부에 더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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