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위헌·합헌 모두 영향 커”…법조계 “헌재 정치적 부담으로 판단 늦춰”

지난 11월 29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이끄는 '6기' 헌재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계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소득세법 위헌소원 등에 대한 심판을 시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소송의 판결 결과가 주목 받고 있다. 법조계와 국회서는 소송 결과가 위헌으로 날 경우 입주 기업들의 손해배상 청구와 공단 재개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합헌으로 나면 정부가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기 전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016년 5월 개성공단 입주 기업 163곳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과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답변서를 통해 전면중단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통치행위이며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여는 등 부처 간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해 당사자들에게 설명하는 절차적 요건도 지켰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면중단 결정의 이유로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핵 개발 자금으로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7년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관련 조사를 통해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정부 내 공식적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당시 정부의 개성공단 임금 핵 개발 전용 주장에 대해 “충분한 근거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했다.

또 혁신위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통치행위라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상 긴급처분이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협력사업 취소 등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위헌 소송이 제기된 지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판결을 하지 않았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헌재가 재판 진행을 하지 않고 있다. 헌재가 정치적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개성공단 재개가 가시화 되는 시점에 결정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을 대신해 소송을 이끄는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노주희 변호사는 “헌재 소송은 현재 진행되는 것이 없다. 올해 남북관계 개선이 있었고 충분히 심리가 완료됐을 걸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결정이 안 나와 답답하다”며 “지난 10월 헌재 구성이 완료돼 제 기능을 하게 된 만큼 신속히 판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 판결이 위헌으로 나오면 개성공단 재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 변호사는 “헌재 판결이 위헌으로 나와도 박근혜 정부 당시 폐쇄가 잘못됐다는 확인에 그치므로 반드시 개성공단을 열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위헌 판결 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입주 기업들이 있다. 위헌 결과가 나오면 소송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위헌 소송과 별도로 개성공단이 국가에 의해 중단됐을 경우 손실을 법률로써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 등에 대해 보상 법률이 없다”며 “국가에 의해 중단됐을 경우 보상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남북경협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헌재 결정이 합헌이면 향후 남북경협 추진 등에서 리스크를 줄일 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한다. 합헌일 경우 북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이다”며 “만약 폐쇄 결정이 위헌으로 날 경우 입주기업들에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앞으로의 손실도 대비해야 한다. 위헌이든 합헌이든 모든 상황에 정부가 철저히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헌재가 이 소송을 언제 결론 낼지는 알 수 없다. 정치적 부담감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의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헌재가 정치적 부담을 느껴 판결을 늦추는 것으로 본다. 북미 비핵화 협의가 진전되면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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