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상장이라지만…생보업계 저평가 부담

교보생명이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풋옵션을 보유한 FI들이 풋옵션 행사 의지를 분명히하면서 투자회수가 예고된 상황이다. 이에 교보생명이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FI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교보생명이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풋옵션을 보유한 FI들은 옵션 행사 의지를 분명히하면서 투자회수가 예견된 상황이다. 이에 교보생명이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FI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상장 시기는 내년 하반기경으로 잠정 결정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신주 모집 및 구주 매출 규모, 주당 평가액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교보생명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교보생명은 기업공개를 통해 오는 2022년 도입이 예정된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자본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보다는 교보생명에 투자한 FI들의 자금회수에 시간을 벌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교보생명 FI들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01%를 매입했다. 당시에는 교보생명이 2015년 말까지 상장되지 않을 경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했다. 2018년말 현재 교보생명은 상장사가 아닌 탓에 FI 사이에서는 교보생명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FI들은 풋옵션 행사를 결의했고, 이어 지난 10월에는 교보생명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상황이다. 교보생명 FI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FI 풋옵션 행사에 시간이 필요한 교보생명…자금 확보 쉽지 않아

 

교보생명이 상장을 공식화했지만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투자회수가 막힌 FI들에게 회수경로를 제시하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3년 전에 이미 완료됐어야 하는 약속을 다시 1년 가량 미루는 결정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상장한다는 사실이 FI들의 투자회수와 이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FI들은 교보생명이 상장하더라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규제 변화로 인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평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상장하더라도 자본 조달이 쉽지는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교보생명은 이미 지난 8월 상장을 포함한 다각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 이사회에서 교보생명 지분 20~25%를 1~2조원 수준에서 공모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FI들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제시한 보유지분가치 2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FI들이 보유한 지분율이 24%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를 최대한 높여야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시장에서 바라보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로는 공모가를 높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는 4조원 중반 가량이다. 상장된 생명보험사 5곳 가운데 교보생명과 함께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PBR이 각각 0.52배, 0.34배 수준에 불과할 만큼 저평가된 상태기 때문이다. 

 

◇'상장'은 풋옵션 계약 조건의 하나일 뿐…지금 시점에서 의미 없어

 

교보생명의 지난 3분기말 순자산총액은 9조9738억원이다. 삼성생명의 PBR 0.52배를 적용해도 상대가치는 5조원을 조금 넘는다. 단순계산으로도 20~25% 가량의 신주를 모집해도 1조2000억원 가량을 조달하는 데 그친다. 여기에 올해 상장사들이 적용한 할인율이 37.41~24.67%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진다.

 

FI들 역시 상장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내년에 상장에 성공한다 해도 7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해당 지분의 가치가 여전히 1조2000억원 수준에서 거래가 된다면 실익이 없다. 따라서 '상장'은 2015년 9월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의 구성요소 중 하나일 뿐 지금 시점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교보생명의 FI들 사이에서는 교보생명이 상장을 결정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장을 하더라도 신 회장이 해당 지분을 받아줘야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상장 자체보다는 FI들에게 투자기간에 걸맞는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역시 지금 시점에서 상장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 시점을 내년 하반기경으로 잡으면서 최대 1년 가량의 시간을 벌었지만 이 기간 동안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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