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안 좋은 가운데 실적부진 퇴진 이유일 가능성 낮아…삼성물산 “패션부문 매각 분위기 전혀 없어”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지난 2016년 1월 1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입 임원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현직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을 놓고 재계에서 갖가지 관측이 돈다. 특히 이 사장의 뜻밖의 행보에 조직 내부 일각에선 ​상당한 동요가 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 6일 사업일선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5년 사장자리에 오른 지 3년 만이다. 이사장의 퇴진은 삼성가(家) 3남매(이재용이부진이서현) 중 경영일선에서 배제된 첫 사례인터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삼성물산 안팎에 따르면 뜻밖의 인사에 조직 내부의 동요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삼성 계열사 인사는 이서현 사장의 퇴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향후 조직이 어떤 운영될지 등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사장은 현직시절 디자이너들을 직접 챙길 정도로 패션사업에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디자이너는 기자에게 이렇게 직접 챙겨주는 따뜻한 분인 줄 몰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직 내부 일각의 동요 이유 중 하나는 이사장의 퇴진 배경을 패션부문 매각과 결부 짓는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매각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다. 패션부문은 사실상 오늘날 삼성을 있게 한 뿌리 사업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사업부나 계열사에 대한 매각 분위기가 있어왔던 점을 고려하면 어느 계열사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삼성의 광고를 책임져왔던 제일기획도 매각 직전까지 가면서 직원들이 크게 동요한 바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매각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은 예전부터 사회공헌사업에 관심이 있었고 이 때문에 복지재단 업무에 적임자여서 이동한 것으로 안다회사에 매각과 관련한 분위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결국 매각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 사장의 퇴진이 워낙 예상밖이고 급작스러웠던 터라 다시 한 번 조명되는 차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이 사장의 퇴진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그 중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저조한 실적 문제인데 사실상 퇴진과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업계 인사는 패션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실적 때문에, 그것도 오너일가가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그런 식의 기준이면 물러날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사장의 퇴진을 현재 삼성물산의 위기상황과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여파로 특별 감리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서현 사장이 계속 자리에 있었다면 오히려 자칫 오너리스크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자리이동으로 이서현 부부가 모두 삼성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 됐다. 이서현 사장의 남편 김재열 사장은 지난 5월 제일기획에서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이제 삼성가의 오너일가 경영체제는 당분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투톱(2Top)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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